박세리 → 박인비 이어… 美그린 ‘제3의 태극 물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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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스포츠 전망대]<1>LPGA 더 거세지는 ‘한국 태풍’

골프 강국 코리아의 거센 바람이 몰아칠 필드에도 새해가 밝았다.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는 그 어느 때보다 실력파 한국인 선수들이 대거 가세해 승전보가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여자 프로골프는 1990년대 후반 박세리(36·하나금융그룹)를 필두로 김미현 박지은 한희원 장정 등 1세대 스타들이 차례로 미국 무대를 개척해 나갔다. 그 뒤를 이어 1988년에 태어나 박세리의 영향으로 골프에 매달린 ‘세리 키즈’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2000년대 후반 각광받기 시작한 박인비(KB금융그룹), 최나연(SK텔레콤), 신지애, 김인경 등이 대표적이다. 이제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간판으로 성장한 스무 살 동갑내기 김효주(롯데)와 백규정(CJ오쇼핑)을 비롯해 장타자 장하나(비씨카드), 김세영(미래에셋), 박주영(호반건설) 등이 미국에서 ‘제3의 태극 물결’을 일으킬 태세를 갖췄다. KLPGA투어 출신 선수 5명이 동시에 LPGA투어에 풀시드를 갖고 진출하는 건 역대 최다 기록이다. 지난해 LPGA투어에서 한국인 선수가 합작한 10승을 뛰어넘는 성과가 기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조 세대와 ‘세리 키즈’에 이은 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3세대 주자인 ‘리틀 세리 키즈’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박인비
○ 준비된 슈퍼 새내기

김효주는 지난해 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에서 백전노장 캐리 웹(호주)을 꺾고 우승해 ‘빅 리그’ 직행 티켓을 따냈다. 지난 시즌 KLPGA투어에서 5승을 거둔 김효주는 역대 최고인 상금 12억 원을 돌파하며 대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김효주와 주니어 시절부터 라이벌 관계였던 백규정은 국내에서 열린 LPGA투어 하나외환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다. 김효주는 이달 초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난 뒤 2월 말 혼다 타일랜드 대회에서 공식 데뷔전을 치른다. 백규정은 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출국해 현지 적응에 나서다 시즌 첫 대회로 26일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개막하는 코츠챔피언십부터 출전한다.

김효주
장하나와 김세영은 퀄리파잉스쿨을 거쳐 LPGA투어 진출의 꿈을 이뤘다. KLPGA투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장타력을 지닌 이 둘은 “미국 코스가 평탄하고 OB가 없어 편할 것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언니 박희영과 함께 뛰게 된 박주영은 자매 투어 프로 생활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

맏언니 박세리는 후배들을 향해 “부상 방지와 지속적인 체력 관리가 중요하다. 그래야 장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산전수전 다 겪은 선배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루키들이 기댈 든든한 언덕이 된다.

백규정
○ 그랜드슬램을 향해

골프 꿈나무의 롤모델이 된 박세리와 박인비는 공통된 목표가 있다. 4대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모두 차지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완성이다. 박세리는 ANA 인스피레이션(지난해까지 나비스코챔피언십) 또는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박인비는 브리티시여자오픈 또는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르면 대업을 마무리한다. 이를 위해 박세리는 지난해 말 “2년 뒤인 2016년 말 은퇴하겠다”고 배수의 진까지 쳤다.

지난해 결혼과 세계 랭킹 1위 복귀 등 코스 안팎에서 관심을 받은 박인비는 지난해 말 몰디브로 뒤늦게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남편이자 스윙코치인 남기협 씨와 미국 라스베이거스 집에서 담금질에 들어갔다. 지난해 상금 2위, 올해의 선수 2위로 마친 박인비는 “아쉬움이 남아야 더 올라서게 된다”고 했다. 퍼트 난조로 애를 먹었던 그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회가 열렸던 집 근처 코스의 빠른 그린에서 퍼팅과 쇼트 게임을 집중적으로 연마하면서 호주 출신의 전담 트레이너를 불러 근력 강화에 치중하고 있다.

박주영-박희영(오른쪽) 자매. 더 골프 제공
박주영-박희영(오른쪽) 자매. 더 골프 제공
○ 우리도 있다.

세대를 아우르는 두꺼운 선수층은 한국 여자골프의 장점이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면서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그 허리에 해당하는 최나연, 유소연, 허미정, 이미림, 최운정 등은 언제든지 트로피를 들어올릴 강자들이다. 지난 2년간 상위권에 머물면서도 무관에 그쳤던 최나연은 “우승이 정말 하고 싶다. 쟁쟁한 실력을 갖춘 후배들이 많이 오는데 그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지난 시즌 상금 5위였던 유소연은 꾸준한 페이스를 앞세워 메이저 우승을 향해 눈높이를 높였다.

코리아 군단의 대항마로는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펑산산(중국) 등이 꼽힌다. 해외 교포 선수들의 강세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2위인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8), 지난해 US여자오픈 챔피언 미셸 위(26), 퀄리파잉스쿨을 공동 수석으로 통과한 호주 교포 신예 이민지(19) 등은 눈여겨볼 재목들이다.

김종석 kjs0123@donga.com·황규인 기자   
#박세리#박인비#김효주#백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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