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3D 프린터로 匠人공예품 대중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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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고 도전하라]<3>서울 신당창작아케이드 ‘비아바치’ 사장 이슬범씨

이슬범 씨가 3차원(3D) 프린터로 출력한 자신의 얼굴을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3D 프린터를 활용해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다양한 공예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이슬범 씨가 3차원(3D) 프린터로 출력한 자신의 얼굴을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3D 프린터를 활용해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다양한 공예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을 나서자 비릿한 생선 냄새와 고소한 기름 냄새가 동시에 코끝을 자극한다. 어물전과 반찬가게, 분식집들이 즐비한 시장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여러 개 보인다. 이 중 하나를 골라 내려가면 지상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바로 신당창작아케이드다.

작게는 10m²(약 3평)에서 크게는 30m²(약 9평)에 이르는 각각의 공간에는 각종 공예품과 그림이 전시돼 있다. 과거 지하상가로 쓰던 공간을 서울문화재단이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으로 개조했다. 27일 이곳에서 만난 이슬범 씨(28)도 새로운 기술과 도전정신으로 신당창작아케이드를 자신의 새로운 터전으로 만들었다.

○ 컴퓨터 프로그램 통해 세밀한 작업 가능

‘슬램덩크’ 강백호, ‘드래곤볼’ 손오공…. 이 씨가 중고등학생 시절 즐겨 그리던 만화 주인공들이다. 이 씨 부모는 만화가를 꿈꾸던 그를 탐탁지 않게 바라봤다. 어머니는 이 씨가 아버지를 따라 의사의 길을 걷길 바랐다. 하지만 이 씨의 관심사는 부모의 바람과는 멀어져만 갔다. 그림을 즐겨 그리던 것에서 목걸이나 반지 같은 귀금속 디자인으로 이어졌다. 결국 그는 2004년 서울산업대(현 서울과학기술대) 금속공예학과에 진학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활용한 목걸이, 반지 등을 마음껏 디자인해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처음엔 주로 전통공예 작품 디자인을 배웠다. 문창살이나 칠보공예가 주를 이뤘다. 기술 난도가 높다 보니 기성품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들이다. 이 씨는 조금 더 섬세한 표현을 하고 싶어도 남들보다 손가락이 다소 뭉툭한 탓에 포기할 때가 적지 않았다. 이랬던 그에게 3차원(3D) 프린터는 새로운 가능성을 안겨줬다.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2009년 들었던 수업에서 ‘CAD’ 같은 3D 설계 프로그램을 알게 된 게 계기가 됐다. 3D를 활용한 기술에 좀 더 전문적으로 접근하고 싶었던 이 씨는 학원을 찾았고 이곳에서 그는 3D 프린터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

그는 “신세계가 열린 것 같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3D 프린터는 당시 귀금속 디자인 분야 등에서 종종 사용하고 있었지만 이 씨 같은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기기였다. 더구나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작업한 세밀한 표현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 씨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그는 “공예품은 사람들이 즐겨 쓰는 기성품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복잡한 제작 과정은 공예품의 대중화를 막고 있다”며 “3D 프린터를 활용한다면 이런 장벽을 깰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 직접 만든 작품 내걸고 개인전 열기도

이런 생각은 이 씨를 대학원으로 이끌었다. 공예를 예술가의 전유물이 아닌 산업의 일부분으로 키우기 위한 대중화 작업에 힘을 쏟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2010년에는 3D 프린터를 활용해 직접 만든 작품을 내걸고 첫 개인 전시회를 열었다. 올해 7월경 ‘비엠조형아트센터’라는 곳을 찾아가 배운 3D 스캐너 활용 기술도 그에게는 큰 도움이 됐다. 3D 스캐너는 얼굴의 주름이나 눈꺼풀처럼 섬세한 부분도 컴퓨터로 읽어내 3D 프린터로 구현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기기다. 제작자로서는 과거보다 더욱 정교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 셈이다.

이 씨는 지난해 9월 신당창작아케이드에 입주했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펼치기 위해서다. 지금은 대학원 동기인 박초롱 씨(27·여)와 함께 사무실을 꾸려나가고 있다. 이들이 운영하는 회사명은 ‘비아바치’다. ‘∼을 통해’라는 뜻을 지닌 영어단어 ‘via’에 ‘장인(匠人)’이란 의미의 순 우리말 ‘바치’를 합쳐 만들었다.

“‘장인의 손을 거친’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대중적이지만 예술성을 겸비한 상품을 세상에 내놓는 게 우리의 목표예요.”

이런 생각을 담아 만든 다양한 귀금속은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매출에 대해서는 “많진 않지만 제 또래 친구들과 비교할 때 크게 부족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석사 학위를 받은 올 초부터는 대학에 강의도 나간다. 귀금속 디자인 전공 학생들에게 3D 프린터와 스캐너를 활용한 작품 제작 기술을 가르친다. 그는 자신감이 넘쳤다.

“3D 기술은 점차 세상을 바꿀 거예요. 그 선두에 서 있다는 자부심으로 더욱 다양한 작품을 세상에 선보일 생각이에요.”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신당창작아케이드#비아바치#이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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