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천사의 눈물 똑똑 떨어지는듯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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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

음악의 특징 중에는 당연한 듯하지만 살펴보면 신비로운 속성이 많습니다. 그중 하나가 ‘옥타브 차이’의 속성입니다.

화음을 따질 때, 옥타브만 다른 두 소리는 ‘같은’ 음으로 간주됩니다. 예를 들어 도-미-솔 순으로 쌓인 화음의 아래 도를 한 옥타브 올려 미-솔-도로 쳐도 같은 화음입니다. 그렇지만 선율(멜로디)에서는 옥타브가 다르면 다른 소리로 간주됩니다. 예컨대, 라디오에서 나오는 가수의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너무 높다고 중간에 한 옥타브를 내리면 ‘음치’ 소리를 면하기 힘들죠.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3번의 두 번째 악장을 오디오에 걸어봅니다. 나지막하면서 서글픈 듯한 피아노 선율이 흘러나옵니다. 그런데 이 선율, 침착한 듯한 인상과 달리 실제로는 이어지는 음표끼리 거의 한 옥타브씩 널을 뜁니다. 악보 68번째 마디에서는 무려 19도(열여덟 음 차이)나 도약합니다. 세 옥타브 가까이 뛰는 셈이죠. 만약 이 차이가 너무 크다고 한 옥타브를 줄여놓으면 어떨까요. 전혀 다른 멜로디가 됩니다.

이 협주곡은 초여름 하늘이 흐리고 빗방울이 떨어질 때 들으면 제격입니다. 아래위로 마구 도약하는 선율을 잔잔한 음의 시로 표현해낸 것은 역시 천재 모차르트의 실력이라고 할 수 있겠죠. 특히 위에 언급한 ‘19도 도약’은 마치 천사의 눈에 고인 눈물이 똑 떨어지듯 아름답습니다.

이 곡은 남다른 일화도 갖고 있습니다. 옛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은 어느 날 라디오에서 마리아 유디나(사진)가 솔로를 맡은 이 곡을 들었습니다. 깊은 감동을 받은 그는 “이 곡의 레코드를 가져와”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라디오에서 나온 연주는 음반이 아닌 실황연주였습니다. 결국 한밤중에 악단과 지휘자, 솔리스트인 유디나가 스튜디오에 소집되었고, 아침에 스탈린의 머리맡으로 레코드가 배달됐습니다. 스탈린은 죽을 때까지 이 음반을 사랑했지만 신심 깊은 정교회 신자였던 유디나는 최후까지 스탈린을 경멸했다고 합니다.

10일 LG아트센터에서는 피아니스트 조재혁과 정민 지휘 디토 오케스트라가 이 곡,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3번을 협연합니다. 모차르트의 곡 중 한층 밝은 교향곡 29번 A장조도 이날 연주됩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
#옥타브#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마리아 유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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