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안현수 논란에 노골드 눈총… 한방에 날리고 펑펑 울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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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고생 털어낸 쇼트트랙 선수단

“시한폭탄도 아닌 그냥 폭탄이죠.”

소치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에서 쇼트트랙 대표팀은 어느새 선수들 사이에서 ‘폭탄’으로 불렸다. 겨울올림픽 효자 종목인 쇼트트랙 대표팀의 부진과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29)의 선전 등이 겹치면서 그 분위기는 고스란히 한국 선수단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다른 종목의 선수들은 쇼트트랙 대표팀의 마음고생을 이해하면서도 4년 만에 찾아온 잔치에 재를 뿌린 쇼트트랙을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감출 수 없었다. 한 대표팀 선수는 “얼마나 쇼트트랙 대표팀이 힘들게 훈련을 했고 이번 올림픽에서 마음고생을 하는지 잘 알고 있지만 쇼트트랙이 만든 분위기로 인해 전체 선수들의 사기도 함께 떨어졌다”고 말했다.

쇼트트랙 대표팀도 현재의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선수들이 죄인이 된 것처럼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하는 상황이다.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해야 하는데 축 처진 어깨가 보는 사람들을 더 안타깝게 만든다”고 말했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더욱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는 압박감에 무리한 경기 운영으로 실격을 당하는 상황도 속출했다. 김기훈 전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은 “TV로 봐도 선수들이 급한 마음에 무리한 경기 운영을 하고 있다는 것이 보인다. 금메달을 꼭 따야 한다는 생각에 평소답지 않은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현수와 맞대결을 펼쳤던 남자 대표팀의 심적 부담감은 심했다. 13일 남자 5000m 준결선에서 미국 선수와 부딪히며 미끄러진 이호석(28·고양시청)은 누리꾼들의 비난을 받으며 밥도 먹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팀 관계자는 “최근 식사를 하기 시작했지만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를 피할 정도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호석을 변호하기 위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호소문을 띄웠던 신다운(21·서울시청)도 누리꾼들의 비난을 피해가지 못했다.

함께 훈련하는 여자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13일 여자 500m 결선에서 동메달을 따냈지만 무릎 부상을 당한 박승희(22·화성시청)는 부상 여파로 여자 1500m 출전을 포기했다. 하지만 박승희는 16일부터 여자 3000m 계주를 위해 훈련을 재개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부상이 완전히 나으려면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박승희가 고민 끝에 출전을 결정한 것 같다. 통증을 느끼고 있지만 ‘참을 수 있으면 참겠다’고 말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15일 여자 1500m에서 은메달을 따낸 심석희(17·세화여고)는 휴식시간에도 빙판을 돌며 훈련을 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대표팀 관계자는 “메달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여자 대표팀이 어떻게 해서든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모습이 보인다”고 밝혔다.

결국 절실했던 마음은 통했다.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18일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쇼트트랙에 첫 소치 올림픽 금메달을 안겼다.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뒤 코칭스태프와 얼싸안으며 눈물을 터뜨린 선수들의 모습이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제 더이상 쇼트트랙 대표팀은 한국 선수단의 ‘폭탄’이 아니다. 고개를 들고 맘껏 웃으며 빙판을 누벼도 된다. 5000만 국민은 이제 응원과 격려를 할 준비를 마쳤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소치 겨울올림픽#쇼트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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