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은기]독수리 발톱을 자르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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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기 합동군사대학 명예교수 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윤은기 합동군사대학 명예교수 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
국가정보원 개혁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번에는 어떠한 내용으로든 국가정보원의 활동 영역과 업무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 정보는 국가의 존속과 운영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전쟁 또는 전쟁 위험이 있는 곳, 경쟁이 있는 곳, 그리고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있는 곳에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정보력이다. 오늘날은 군사전쟁뿐 아니라 경제전쟁, 첨단기술전쟁, 문화전쟁 등 모든 영역에서 전쟁과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현대사회를 감싸고 있는 불확실성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요즘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가 정보 기구를 재편하고 있는데 주된 목적은 첨단기술 정보통신 발전, 사이버전쟁 등과 같은 새로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재편이다. 국가정보기관을 약화시키는 나라는 없다. 이런 추세에 비추어 볼 때 현재 우리의 국가정보원 개혁 논란은 본질을 벗어난 시각과 내용이 적지 않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각에서는 국가 정보기관의 축소 내지 폐지까지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이 역시 본질을 벗어난 시각이다. 국가 정보는 우리 몸에 비유하자면 눈과 귀와 신경계통과 마찬가지다. 생명체는 정보 없이는 한순간도 살아갈 수가 없다. 국가안보, 첨단기술전쟁, 테러와 각종 리스크, 국가 정책 지원 등 모든 분야에는 정보의 지원과 활용이 필수적이다. 국가 정보는 또 연속적이어야 한다. 국가 정보 활동은 24시간 365일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국민은 잠들어도 국가 안보 정보는 잠들지 않는다. 국가 정보 활동에 시간적 제약은 존재할 수 없다.

국가 정보는 특성상 여러 정보 요소를 결합하여 분석 평가 과정을 거처 유용한 정보로 생산된다. 군사 정보와 경제 정보, 첨단기술 정보와 정책 정보가 분리되어 있으면 정보 생산은 불가능하다. 국내 정보와 해외 정보를 분리하자거나 국내 정보를 폐지하라는 것은 정보의 특성을 잘 모르기에 나오는 주장일 뿐이다. 정보 활동 영역의 제한은 곧바로 정보 역량의 저하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국가 정보가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만 사용되어야 하며 특정 정권, 정당, 지역, 단체를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는 것은 법률적 규정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국민적 신뢰를 바탕으로 하여야 한다.

다윗도 골리앗을 이길 수 있다. 전략과 정보가 있을 때 가능하다. 군사력을 증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 정보 역량을 적성국이나 상대 국가보다 강화하는 것이 국가 안보에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이스라엘로부터 배울 것은 창조경제뿐만 아니라 강력한 국가 정보 체계와 운영이다.

국정원 개혁의 가장 중요한 시대적 과제는 국정원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특정 정권이나 집단을 위해 정보가 이용되지 못하게 국민과 국회가 감시하면 되는데 국가정보원의 기능을 약화하고 활동영역을 축소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오류일 뿐이다.

우리가 처한 안보 상황, 북한 사태, 경제 및 첨단기술 전쟁, 테러 및 국민 안전 관리는 국가 정보의 신속한 지원 없이는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통일 이후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도 국가 정보 기능은 강화되어야 할 시점이다.

독수리가 무섭다고 발톱을 자르고 부리를 다듬고 한쪽 눈을 감게 해서는 안 된다. 힘없는 독수리는 사냥을 할 수 없다. 더 강한 공격과 방어 능력을 갖추고 독수리는 더 높이, 더 빠르게 날 수 있어야 한다.

윤은기 합동군사대학 명예교수 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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