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차광고추-우리맛닭 미래 살릴 ‘황금알’로 떠오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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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 강소농 모델들

농촌진흥청이 보급한 비가림 재배기술과 농가가 제안한 차광기술을 이용해 기른 고추. 농촌진흥청 제공
농촌진흥청이 보급한 비가림 재배기술과 농가가 제안한 차광기술을 이용해 기른 고추. 농촌진흥청 제공
농업 혁신은 종종 학자가 아닌, 현장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농업인’이 이끌어낸다. 농촌진흥청이 2012년부터 추진한 ‘강소농 수익모델 현장접목 연구 사업’은 농업 기술을 농가에 보급하기 위해 시작됐다. 하지만 연구자와 농업인이 함께 기술을 현장에 접목하는 과정에서 창조적인 성과를 거둔 사례가 적지 않다.

고추 재배 사업의 성공 사례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의 고추 농가들은 여름철 우기에 각종 병충해로 고추 품질이 떨어지거나 생산량이 고르지 못하게 되는 고질적 문제에 시달려 왔다. 이에 따라 농진청이 개발해 농가에 보급한 것이 바로 ‘비가림 재배 기술’이다.

그런데 농가들은 이를 그냥 받아들이는 데에 그치지 않고 땡볕을 차단하는 ‘차광 기술’도 함께 접목시켜 보자고 제안했다. 이는 여름철에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최상품이 나온다는 경험에 따른 것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비가림 재배 기술과 차광 기술을 접목한 농가의 고추 생산량은 3.3m²당 평균 3kg으로 일반 농가(3.3m²당 1.2kg)의 두 배 이상으로 많아졌다. 충남 청양군에서 고추를 재배하는 장귀진 씨는 “비가림과 여름철 차광으로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이 양계농가와 함께 보급하는 토종닭 ‘우리맛닭’. 농촌진흥청 제공
농촌진흥청이 양계농가와 함께 보급하는 토종닭 ‘우리맛닭’. 농촌진흥청 제공
토종닭 보급에서도 농업인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국내 양계 시장에서 토종닭의 점유율은 불과 10%밖에 되지 않았다. 농진청과 국립축산과학원은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수년 간 연구에 매달린 끝에 보급형 토종닭 품종인 ‘우리맛닭’을 개발했다.

이 품종은 일반 닭보다 육질을 쫀득하게 해 주는 콜라겐이 많이 함유돼 있고 토종닭 특유의 구수한 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토종닭을 현장에서 어떻게 보급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였다. 농진청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농가와 함께 찾아보기로 했다. 경기 파주시의 ‘덕천농장’이 사육을 맡았다. 친환경 재배 시설을 갖춘 농장 측은 홍삼 진액을 추출하고 남은 홍삼박 등을 사료로 이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방식은 우리맛닭의 영양분을 풍부히 하고 사료비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우리맛닭의 홍보와 마케팅은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이 파주시의 소래영농조합법인과 함께 추진했다. 이 법인은 지역 축제 등에 참가해 우리맛닭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알려왔으며 내년에는 우리맛닭의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여 토종닭을 전국에 보급할 계획이다. 김연수 소래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품질을 확보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결국 생존을 위해서라도 농가에서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농진청 관계자는 “농업은 단순히 정부의 제도나 지원금에 의존해서는 발전하기 힘들다”며 “정부와 농업인이 현장에서 함께 신기술을 만들어 적용하는 등 경쟁력을 갖춰야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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