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우유]“행복한 젖소, 신선한 우유… 내 몸에 꼭 맞춰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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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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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뚜렷한 우유제품들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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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우유로 드릴까요?”

커피전문점 ‘폴 바셋’에서 라떼를 주문할 때 받게 되는 질문이다. 고객은 보통 우유인 ‘오리지널 우유’와 지방 함량이 적어 칼로리가 낮은 ‘저(低)지방 우유’, 소화 불량의 원인이 되는 성분은 없앤 ‘소화가 잘되는 우유’ 등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응당 라떼에는 보통 흰 우유가 들어간다는 상식과 달리 기호에 따라서 우유를 넣을 수 있는 것이다. 조방실 폴 바셋 마케팅 담당 과장은 “소비자들의 기호가 다양해지면서 저지방 우유나 소화가 잘되는 우유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우유 시장이 세분되면서 다양한 우유가 쏟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일반 흰 우유가 전부였다면 최근에는 소화가 잘되는 우유, 잠이 잘 오는 우유, 행복한 젖소가 짜낸 우유 등 틈새시장을 겨냥한 우유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에는 우유업체들이 우유의 기능과 원유 등급을 두고 경쟁했다면 요즘에는 경쟁의 기준이 더욱 다양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우유 먹고 속이 끓는 당신, 해결책은?

우유를 먹으면 속이 부글부글 끓거나 소화가 안 된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매일유업의 ‘소화가 잘되는 우유’는 한국인 10명 중 8명은 유당 분해 효소인 락타아제가 부족하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됐다. 윤성식 연세대 생명과학기술학부 교수는 “우유는 인체에 필요한 각종 영양소가 골고루 함유된 ‘영양소의 보고’이지만, 나이가 들면서 몸 속 유당분해효소의 합성이 줄면서 우유 섭취를 꺼리는 사람이 많다”며 “유당을 제거한 우유를 마시면 소화불량 없이 영양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갓 짜낸 신선한 우유라는 점을 강조한 제품도 있다. 매일유업의 ‘매일 좋은 우유’는 12시간 안에 집유(集乳)부터 생산까지를 모두 마치는 ‘하프 데이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 시스템은 전용목장에서 원유(原乳·젖소에서 갓 짜낸 우유)를 배달하는 시간을 4시간 이내로 줄이고, 우유 생산 시간도 8시간 이내로 단축했다. 젖소에서 우유를 짠 시점부터 우유 완제품이 나오기까지 12시간 정도만이 소요되는 것이다. 이 제품은 또 매일유업의 특허기술인 탈산소공법 ‘LDO(Low Dissolved Oxygen)’을 적용해 우유 본연의 맛을 살렸다. 산소가 우유를 변질시킨다는 점에 주목해 원유 속에 녹아들어가는 산소를 제거함으로써 우유의 잡맛을 없앴다.

행복한 젖소에서 짜낸 우유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함유된 우유도 있다. 한국야쿠르트의 ‘내추럴 플랜(Natural Plan)’은 목초를 많이 먹인 소에서 짠 우유다. 옥수수 등 곡물사료를 최소화하고 목초 비율을 70%까지로 끌어 올렸다. 이 우유는 지방분해를 돕는 필수지방산인 오메가3의 함량이 일반 우유보다 약 2.6배나 높다. 또 젖소 사육 과정에서 소의 발육을 돕기 위해 사용하는 우지와 어분 등 동물성 사료는 쓰지 않는다. 좋은 먹을거리를 먹고 자란 만큼 내추럴 플랜 젖소 몸속의 세로토닌(행복 호르몬이라 불림) 함량은 일반 농가 젖소보다 25%가량 더 높다. 한국야쿠르트는 약 750마리의 젖소에서 하루 우유 2만4000병(930mL 기준)만을 한정 생산한다. 정길연 한국야쿠르트 마케팅부문장은 “자연 그대로의 맛을 살리기 위해 가공을 덜한, 좋은 먹이를 젖소에게 먹여 우유 본연의 가치를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SSG푸드마켓’의 자체브랜드(PB) 제품인 ‘SSG우유’ 역시 젖소가 받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해 만든 제품이다. 이 우유가 생산되는 제주도 성이시돌목장은 약 720만 m²의 넓은 초지로 이뤄져 있다. 이 목장 젖소들은 농약과 합성 비료를 쓰지 않는 초지에서 자연산 목초와 유기농 사료를 먹으면서 자란다. 젖소 한 마리당 사육공간이 4000m²에 육박할 정도로 넓어 젖소가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는 게 목장 측의 설명. 또 목장 안에 위치한 공장에서 젖을 짜낸 지 24시간 이내에 우유 제품을 제조해 갓 짜낸 우유 특유의 신선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경기 화성시 또나따목장의 ‘밤에 짠 우유’는 0시부터 오전 4시까지 짜낸 우유만 따로 보관해 가공한 것이다. 이 시간에는 젖소의 체내에서 수면유도 성분 분비가 많아진다. 따라서 제품에 들어가는 수면 유도 호르몬(멜라토닌)의 함유량도 일반우유보다 3∼4배로 높아진다. 이 우유는 또 65도에서 저온 살균한 게 특징이다. 130∼150도에서 2∼4초간 살균하는 일반 고온살균 우유 속의 단백질은 고온에서 단백질 변성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게 목장 측의 설명. 목장 관계자는 “저온살균 우유는 원유 자체가 가지는 영양분을 유지하면서 유해한 미생물을 살균한다”며 “저온살균은 우유 내 미생물과 미네랄 성분을 활성화시켜서 우유 본래의 신선하고 고소한 맛을 유지해 준다”고 말했다.

젖소가 아닌 산양에서 짜낸 우유도 있다. 이담산양의 ‘산양우유’는 평균 해발이 250m인 충남 금산군의 진악산 분지 중턱에서 방목해 키운 산양에서 짜냈다. 일반 우유에 거부반응이 있는 사람들에게 대체식품으로 좋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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