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4기, 11월 재가동 어려워… 난방제한 ‘추운 겨울’ 오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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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위 “제어케이블 재검증 필요”…신고리 1,2호기 등 부품교체 지연
약 400만kW 전력공급 계획 차질…올해 여름 같은 전력 부족사태 우려

신고리 1, 2호기와 신월성 1, 2호기 등 시험성적서 위조로 가동이 중단됐던 원자력발전소들의 불량부품 교체가 지연되면서 재가동이 당초 예상보다 몇 개월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원전 가동 중단으로 빚어진 전력대란이 올겨울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들 원전 4기에 새로 장착될 예정이었던 제어케이블에 대해 ‘냉각제 상실사고(LOCA)’ 환경시험을 다시 받도록 했다고 9일 밝혔다.

원안위는 5월 이들 원전에 설치된 JS전선의 제어케이블이 성능시험에서 불합격된 것을 확인하고 한국수력원자력에 케이블 교체를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수원이 불량 케이블을 LS전선이 생산한 케이블로 교체하기로 하고 납품계약을 체결했으나 원안위가 교체 예정이었던 LS전선의 케이블에 대해서도 성능검사를 다시 받도록 한 것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LS전선의 케이블이 1995년 미국의 원전기기 검증업체의 시험을 통과해 추가적인 성능검증 없이 다시 사용할 수 있다”며 “하지만 제어케이블이 원전 안전과 직결되는 부품인 데다 검증을 받은 지 18년이 지나 재검증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원안위의 이번 결정에는 LS전선이 시험성적서 위조로 불량부품 파문을 일으킨 JS전선의 모(母)기업인 데다 최근 검찰이 두 회사의 원전 케이블 가격담합 혐의에 대한 수사에 들어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원안위의 결정으로 당초 11월에 다시 가동될 예정이었던 이들 원전은 재가동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케이블 재검증에 몇 개월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원전 4기의 발전설비는 약 400만 kW에 이르는 만큼 올겨울 전력공급 계획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당초 정부는 올겨울에는 8300만 kW의 전력공급 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했지만 원전 재가동이 지연되면 전력공급 능력은 7900만 kW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통상 난방 수요의 급증으로 겨울철 전력수요가 여름철보다 높은 것을 감안할 때 올겨울에도 전력난이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올여름 최대 전력수요는 8008만 kW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올겨울에도 여름과 같은 전력부족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에 따라 올여름 전력난 때문에 고생한 국민들이 올겨울 사무실 관공서 등의 난방온도 제한으로 추위에 떠는 등 불편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안위의 이번 결정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라 현재로서는 교체용 케이블 재검증과 원전 재가동에 얼마나 더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원전 재가동이 늦춰지면 당초 계획했던 전력 공급에도 일부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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