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상임금 논란, 노사 대타협 통한 입법으로 풀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7일 03시 00분


‘통상임금 소송’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이 그제 열렸다. 공개변론에서는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것이 적합한지, 만약 포함한다면 기업 부담은 얼마나 늘어나고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둘러싸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추천한 변호사들이 팽팽히 맞섰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넣을 경우 늘어나는 기업 부담이 경영계는 38조 원, 노동계는 5조 원이라고 주장해 차이가 컸다.

통상임금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돈으로 휴일·야근·잔업 수당과 퇴직금을 산정할 때 기준이 된다. 그러나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는 근로기준법이나 시행령을 봐도 명확하지 않다. 기업들은 정부가 1988년 내놓은 통상임금 산정 기준 지침에 따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상당수 기업에서 노사 협상 때 기본급보다 상여금이나 수당을 늘리는 방식으로 임금 합의를 한 것도 이런 관행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대법원이 지난해 3월 ‘미리 정해놓은 비율을 적용해 분기별로 주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볼 수 있다’는 판례를 내놓으면서 노동조합의 소송이 잇따랐고 기업들의 우려는 커졌다. 올해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의 일부로 볼 수 있을지를 둘러싸고 법원에 따라 각기 다른 판결이 나왔다. 기업들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 경영이 어려워지고, 상당수 중소기업은 회사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걱정한다. 기업경영이 파국을 맞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경영계와 노동계가 자기주장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 통상임금의 범위가 넓어져 인건비 부담이 급증하면 많은 기업이 투자와 일자리를 줄이고 해외로 공장을 이전할 것이라는 우려에도 일리가 있다.

대법원은 대법관 합의 과정을 거쳐 연말까지는 통상임금에 관한 판결을 내놓을 예정이다. 꼬여 있는 통상임금 갈등의 해법을 법원 판결에만 맡길 경우 개별 사업장마다 노사가 대립하다 결국은 소송으로 달려가는 최악의 상황이 예상된다. 정부와 정치권은 노동계와 경영계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에서 고통을 분담하는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노사 상생(相生)을 기반으로 조금씩 양보하고 이를 실현할 입법을 서두르는 것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해법이라고 본다.
#통상임금 소송#상여금#기업 부담#경제#노사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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