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미소’ 서재응 5이닝 9실점 ‘쓴웃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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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전 부진… 팀은 3-12 대패
삼성 타이밍 뺏은 두산 유희관 8승

프로야구 선수들이 강심장이 되도록 돕는 책 ‘고개를 들고 뛰어라(Heads-up baseball)’는 경기에 도움이 안 되는 투수들의 마음가짐을 △기도자(prayer) △원시인(primal) △완벽주의자(prefect) 등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1일 안방 광주에서 NC를 상대로 선발 등판한 KIA 서재응은 기도자 유형의 전형이었다. 이 유형의 투수들은 ‘다음 공은 타자가 못 칠 것’이라고 막연히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야수들의 실책성 플레이가 나와도 웃어 보이며 격려하는 게 특징. 하지만 아웃카운트는 미소만으로 늘어나는 건 아니다. 서재응은 5이닝 동안 9실점(6자책)했고 팀도 3-12로 패했다.

대전에서 한화를 상대로 선발 등판한 넥센 김영민은 전형적인 원시인 타입이었다. 이 유형의 투수들은 공을 더 세게 던지면 타자들이 못 칠 거라고 생각한다. 초반부터 스트라이크보다 볼이 많은 투구 내용이 거듭됐지만 그는 ‘더 빠른 공’만 고집했다. 제구가 흔들린다는 걸 눈치 챈 한화 타자들은 볼카운트가 몰린 김영민이 한복판으로 던지는 공만 노려 쳤다. 타선이 터지면서 넥센은 7-3으로 승리를 거뒀지만 김영민은 단 1이닝밖에 책임지지 못했다. 그 탓에 넥센은 구원투수를 7명이나 썼다.

마지막 완벽주의자는 너무 정확하게 제구를 하려고 드는 투수다. 이런 투수가 좋은 투수가 될 것 같지만 사실은 다르다. 제구를 정확하게 하려고 하면 할수록 투수가 던져야 하는 타깃은 좁아지게 된다. 이 때문에 투수는 제구에 더욱 애를 먹을 수밖에 없게 된다. LG와 롯데가 맞붙은 사직에서는 두 선발 투수 모두 이런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그 덕에 두 선발 투수 모두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실점 이하)를 기록했다. 경기에서는 LG가 3-2로 이겼다.

이날 잠실에서 삼성을 상대로 7과 3분의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두산 선발 유희관도 자로 잰 듯한 제구력보다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투구가 더 효과적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두산의 4-0 승리.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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