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시진핑 만나 朴대통령 대화제안 논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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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朴대통령, 케리 1시간10분 접견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밝힌) 박근혜 대통령의 말씀을 중국으로 가져가서 논의하겠다. 우리는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12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 후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박 대통령이 11일 북한에 전격적으로 대화를 제의한 것을 지지하고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주석과도 협의해 이를 외교적으로 지원할 의향이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케리 장관은 한국에 이어 13∼15일 중국과 일본을 잇달아 방문해 북한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케리 장관이 사실상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메신저 역할을 수행하는 측면도 있는 것이다.

○ 케리, “한국 주도의 남북대화 지지”

이날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한미 양국 외교장관 회담은 2일 워싱턴에서의 회담 뒤 열흘 만에 열린 것이다. 그 열흘 사이에 북한은 개성공단 운영 중단, 평양 내 외국 대사관 철수 권고 같은 새로운 위협카드를 꺼내들었고, 현재는 중거리 무수단 미사일 발사 준비까지 마친 상태다.

케리 장관은 이를 의식한 듯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우리 동맹국을 방어할 것”이라고 잇달아 강조했다. 또 “모든 것은 김정은의 선택에 달렸다. 좋은 쪽의 가능성과 옵션을 선택하라”며 북한에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윤 장관도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가동될 수 있도록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견에서는 박 대통령이 북한에 던진 대화 제의를 미국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그만큼 국제적 관심이 쏠린 사안이기 때문이다. 케리 장관은 “박 대통령을 만나 여러 질문을 했는데도 인내심을 갖고 잘 답변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미국 측이 한국의 대북 전략과 대북 대화 전망을 파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실제 그는 박 대통령에게 “대북 대화 제의 의미가 뭐냐”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뭐냐” “어떻게 신뢰를 쌓으려고 하느냐” 등을 꼬치꼬치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왜 이렇게 질문을 많이 하느냐”고 묻자 그는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충분히 전하려는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한 배석자가 전했다. 이날 접견은 예정 시간(50분)을 20분 넘겨 1시간 10분간 진행됐다.

○ 한국 주도의 ‘키-디플로머시’ 본격 가동 토대 마련

케리 장관은 회견에서 “우리도 적절한 상황에서 (북한과) 대화하겠다고 이야기해왔고 그 상황이 무엇인지는 한국 측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절대로 한국의 주권이나 독립적 선택, 의견을 방해할 생각이 없다”고도 했다.

한국이 북한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코리아 이니셔티브 디플로머시(KI-Diplomacy)’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준 셈이다. 북한이 도발을 멈추고 남한의 대화 제의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면 현재의 경색 국면에서 극적으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정부 안팎에서 나온다.

케리 장관은 이날 가는 곳마다 ‘한반도 비핵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북한의 핵 위협에 경고를 보내는 한편으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을 앞두고 한국 보수 진영 일각에서 제기되는 ‘핵 주권론’도 경계하기 위한 다목적용으로 풀이된다.

그는 공동 회견에서 “북한이 어떤 도발을 해도 핵보유국으로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1일(현지 시간)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공개된 ‘현재 북한이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적절한 확신이 있다’는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 기밀 보고서 내용에 대한 질문을 받고 “부정확한 보고서”라고 일축했다. 케리 장관은 이어 “북한이 점점 위험한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 완전히 시험되고 가용한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저녁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가 주최한 간담회에서도 “북한 같은 나라 하나가 핵을 갖게 되면 ‘억제력의 작용과 반작용’ 현상 때문에 다른 나라도 핵을 가지려 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런 핵 도미노 위험을 막는)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나라는 중국”이라며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했다.

이정은·윤완준 기자 lightee@donga.com
#케리#시진핑#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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