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스페셜 리포트]단순한 승부로 성공한 기업전략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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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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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세상, 단순해야 이긴다

DBR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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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생각하기를 싫어한다. 뇌는 몸무게의 2%밖에 되지 않지만 전체 에너지의 20%나 소비한다. 따라서 인간은 가급적 뇌를 적게 사용하려는 성향이 있다. 보통 사람들은 모든 것을 검토한 후 최적의 대안을 선택하기보다는 자신이 만족할 수준의 대안이 나오면 더이상 고민하지 않고 판단을 멈춘다. 이런 특징 때문에 사람은 ‘인지적 구두쇠’로 불린다. 이처럼 단순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인간의 성향을 반영해 최대한 효과적인 마케팅을 하려면 기업들은 어떤 방법을 활용해야 할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26호(4월 1일자)에 실린 단순성 대응 전략을 요약한다. 》

○ 생동감을 통해 회상용이성을 높여라

사람들은 좀 더 생생하거나 최근에 본 내용을 더 쉽게 회상한다. 사람들이 흡연보다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느끼는 것도 흡연보다는 자동차 사고로 인한 사망 소식을 언론매체를 통해 더 생생하고 쉽게 접하기 때문이다. 3M은 자사의 안전유리 광고를 위해 버스정류장 바람막이 창을 안전유리로 막고 그 공간 사이에 실제 돈과 가짜 돈을 섞은 돈다발을 넣었다. 그리고 ‘가져갈 수 있으면 꺼내 가라’는 광고 카피로 안전유리 제품의 특징을 강조했다. 이 광고 전략은 버스를 기다리는 대중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으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 강력한 하나의 메시지로 승부하라

10개의 장점을 떠올리도록 하는 것보다 1개의 장점을 떠올리도록 하는 것이 평가 대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왜냐하면 1개보다 10개를 떠올리는 것이 더 힘들고 어렵다. 장점을 더 많이 나열할수록 이를 떠올리기 어렵게 되고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해당 제품의 장점이 많지 않다고 판단해 버린다. 그러므로 기업은 여러 개의 장점을 전달하려고 하기보다는 하나의 강력한 메시지로 승부하는 것이 좋다. 오리온 초코파이 하면 ‘정(情)’, 다시다 하면 ‘고향의 맛’, 볼보 하면 ‘안전’, 코카콜라 하면 ‘즐거움’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은 오랜 시간 기업이 하나의 핵심 메시지를 반복해서 제시했기 때문이다. 장점이 많다고 이를 모두 나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 플랫폼을 통해 접근 가능성을 높여라

플랫폼이란 말은 다양한 목적을 가진 참여자들이 모여 자신의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열린 공간이나 여러 참여자가 공통된 사양이나 규칙에 따라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토대를 의미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30년간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윈도라는 플랫폼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은 가입 회원이 6400만 명이고 하루 전송 메시지가 42억 건에 이른다. 카카오스토리가 10개월 만에 누적 댓글 94억 건에 이를 수 있었던 것도, 애니팡이 출시 74일 만에 다운로드 2000만 건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도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을 바탕으로 고객들의 접근 가능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 지식의 저주를 피하고 단순함으로 승부하라

‘지식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이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지식을 평가할 때 자신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상대방도 자신만큼 해당 분야에 지식이 있다고 착각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신제품 개발자나 전문가들은 일반인도 자신만큼 첨단 기능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제품을 복잡하게 만든다. 따라서 실제 제품 고장보다는 사용 방법을 몰라서 고장 신고를 하는 고객이 많다. 단순한 제품 설계는 때론 큰 위력을 발휘한다. 고객들이 이해하기 힘든 대표적인 상품 중 하나가 보험이다. 현대라이프 ZERO는 고객이 보험 상품을 쉽게 이해하고 쉽게 설계·가입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보험료는 만기 시까지 인상이 없도록 하는 등 단순화, 표준화 전략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 전형성을 확보하라

전형성이란 같은 부류에 있는 여러 상품 가운데 가장 일반적이고 본질적인 특성을 보유하고 있는 수준을 의미한다. 전형성이 높은 브랜드는 특정 제품 범주를 대표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최초상기도(Top of Mind·특정 제품 범주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를 의미)가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인다. 따라서 전형성이 높은 제품의 시장점유율도 높다. 예를 들어 ‘김치냉장고=딤채’ ‘드럼세탁기=트롬’ ‘라면=신라면’ ‘피로해소제=박카스’ ‘정수기=코웨이’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특히 전형성이 높아지면 스카치테이프나 제록스, 대일밴드처럼 브랜드 자체가 일반명사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하라

롯데제과의 몽쉘은 초코파이의 마시멜로 대신 크림을 넣어 부드러운 촉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 제품을 출시하면서 ‘속을 보고 고르면 몽쉘’이라는 광고를 내보냈다. 이는 초코파이 시장의 기존 강자인 오리온을 염두에 둔 것이다. 즉, 겉으로 드러난 브랜드보다 속의 내용물을 중시하라는 메시지로 새로운 선택의 기준점을 제시하는 전략을 활용했다. LG전자는 태블릿PC와 울트라북(노트북)의 이동성과 편의성을 고려한 휴대기기를 ‘탭북’이라 부르고 새로운 기준을 통해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시장에서 기존 강자가 자리 잡고 있을 때는 새로운 선택의 기준점을 제시해 선두 업체와 차별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 인지부조화를 해소시켜라

소비자의 구매 전 기대와 구매 후 실제 평가가 서로 일치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것이 인지부조화다. 기대에 비해 성과가 낮으면 불만족을 느끼게 되고 사람들은 이런 인지부조화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과자를 먹으면 살이 찌고 건강에 좋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먹으면서 죄책감을 느끼는 소비자에게 오리온의 ‘닥터유’는 먹는 즐거움에 죄책감을 덜어주고 건강에 좋은 과자라는 점을 집중 홍보했다. 닥터유는 프리미엄 제과시장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며 성장했다.

○ 감정의 꼬리표를 활용하라

‘감정의 꼬리표’는 ‘프리미엄’ ‘100%’ ‘골드’ ‘국산’ 등과 같이 소비자의 심리적인 만족을 높여 원래 내재된 가치보다 그 제품 또는 서비스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도록 만드는 수식어를 말한다. 최근 ‘웰빙’과 ‘국산’ 열풍으로 원재료의 신선도와 품질이 중요해지자 식재료의 원산지를 확인하는 주부가 많아지면서 100% 국산 재료, 맛, 가격의 삼박자를 갖춘 브랜드들이 인기를 모았다. 국산 햅쌀을 사용하면서 가격은 1200원 정도로 조정해 경쟁력을 높인 ‘우리쌀 생막걸리’(농협) 등이 감정의 꼬리표를 활용한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곽준식 동서대 경영학부 교수 no1marketer@naver.com  
정리=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26호(2013년 4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상생 비즈니스 모델 구축하라

▼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


크래프트 푸즈는 소매업체와 손잡고 매장 안에 유제품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장기 연구를 진행한다. 코카콜라는 특정 사이트로 주문하는 고객에게만 보너스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충성 고객을 확보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조업체들은 고객 관리나 제품 배송을 직접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더 다양한 방식으로 고객과의 접점을 형성하는 소매업체들의 영향력은 더이상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제조업체들은 소매업체들과 다양한 방식의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돈보다 미래의 성장을 생각하라

▼ MBA통신


개막을 앞둔 오페라 공연의 주연 여가수가 갑자기 출연을 철회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극장 측은 대역으로 재기를 노리는 늙은 가수를 불렀다. 전성기였다면 7만 달러를 받았을 가수다. 가수의 매니저는 출연료 협상에서 극장에 얼마를 요구해야 할까? 베스트셀러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의 저자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이 금액에만 집착한다고 말한다. 협상의 핵심은 가수에게 명예회복의 기회를 주고 극장에는 공연의 질을 보장해주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번 호 MBA통신에서는 와튼스쿨에 재학 중인 DBR 통신원이 스튜어트 교수의 명강의를 지상 생중계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구독 문의 02-2020-0570
#DBR#기업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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