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사장인데요, 문 좀 열어주세요”

  • 입력 2009년 7월 1일 02시 57분


■ 노태석 홈고객부문 사장 가정방문 마케팅 동행해보니

주부 만나려 아파트 찾아…칼 갈아주기 서비스 까지

“안녕하십니까. KT 사장 노태석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연매출 6조 원 규모의 사업을 이끄는 노태석 홈고객 부문장 사장이 지난달 23일 아파트 현관문 앞에서 꾸벅 인사를 했다. 새로 인터넷TV(IPTV)에 가입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한 가정에 설치작업을 하기 위해 사장이 직접 방문한 것이다. 본보는 1월 KT의 시내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사업 등을 총괄하게 된 후 현장을 누비며 실적 개선에 부심하고 있는 노 사장을 따라나서 봤다.

“고객의 마음을 잡으려면 직접 만나야 합니다. 요즘 고객은 나만의 공간인 집의 문을 열어주는 경우가 드물죠. 특히 대낮에 가정주부들은 낯선 사람을 더욱 꺼립니다. 문을 잠그고 있는 고객을 밖으로 끌어내는 것이 우리 목표입니다.”

노 사장이 현장 방문에 나선 직접적인 원인은 날이 갈수록 나빠지는 시내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사업의 실적. 최근 KT의 시내전화 가입자는 2005년 12월 2127만 명에서 올 6월 말 1906만 명으로 줄었다. SK브로드밴드, LG파워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초고속인터넷 사업의 가입자는 매년 늘지만 매출은 오히려 감소했다. 2005년 2조2168억 원을 정점으로 매년 떨어져 작년에는 2조1279억 원이었다.

노 사장은 이 같은 흐름을 돌려놓기 위해 아파트 단지에서 자장면을 나눠주는 ‘자장면 데이’, 아이들을 위한 ‘솜사탕 데이’ ‘팝콘 데이’ ‘떡볶이 데이’ 등 주민을 끌어낼 수 있는 이벤트를 잔뜩 마련했다. 하지만 정작 만나려는 가정주부는 눈에 보이지 않고 아이들만 모여들었다.

“현장 직원들과 머리를 맞댔습니다. 한 여사원이 부엌칼을 갈아주자는 아이디어를 내더군요. 이거다 싶어 그 자리에서 현장 적용 지시를 내렸죠. 고객을 만나려면 칼갈이도 불사해야 합니다.”

이때부터 칼갈이 행사는 KT의 대표적인 고객 이벤트가 됐다. 최근 2주 동안 행사를 벌이는 동안 ‘쿡 인터넷’ 가입자는 평소보다 17% 늘어났다. 이 밖에도 네일아트, 부녀회 및 노인정 식사 접대 등 고객의 마음을 사기 위해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노 사장은 “사업 여건이 상당히 안 좋아 올해 목표 달성에 고민이 많지만 단 한 명의 고객이라도 만족시킨다는 생각으로 시장을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선전화가 인터넷전화로 대체되고,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출혈 경쟁이 벌어져 수익성이 악화됐지만 인터넷 화상전화, 유선통신과 이동통신의 결합상품 등 KT의 강점을 앞세우면 올해 홈 부문 매출목표인 6조8000억 원 달성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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