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교회는 믿지만 절은 못믿습니다”

  • 입력 2007년 5월 10일 19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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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교회는 지난 달 본당 건물을 신축하면서 연 6.5%에 50억 원을 수협으로부터 빌렸다. 수협은 교회부지와 1000여명에 이르는 등록 교인들을 보고 대출을 결정했다.

수협이 '샬롬교회대출' 상품을 통해 지난해 교회에 빌려준 돈은 모두 1조3000억 원에 이른다. 연체율은 0.14%대로 일반 대출 연체율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수협 관계자는 "헌금을 받기 때문에 수익이 안정적인데다 담보가 교회건물이다 보니 연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위축되면서 은행들이 소호(SOHO·Small Office Home Office)대출을 강화하고 있다. 소호대출은 자영업 및 전문직을 대상으로 하는 '소자본 창업' 대출을 뜻한다.

특히 중소기업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연체 가능성이 낮은 우량소호 집단을 타깃으로 한 특화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교회는 되고 사찰은 안된다?'

수협과 농협의 교회 대출액을 합치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2조 원이 넘는다. 기대 이상의 성과에 다른 은행과 상호저축은행들도 앞 다퉈 교회대출에 뛰어들고 있다.

일부 은행에선 '사찰 대출'을 검토했지만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어 포기했다고 한다.

사찰 부지는 임야가 대부분이라 담보 가치가 낮은데다 전통사찰로 지정된 경우에는 법에 따라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담보 설정을 할 수 있는 등 절차도 복잡하다.

최근 '화교 대출'이 만들어 진 것도 안정성이 보장된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부터 대만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고 화교들에게 대출을 해 주고 있다.

●전문직 자영업자를 모셔라

신한은행은 8일 약국 운영 자금을 빌려주는 'THE Bank 약국 대출'을 선보였다.

경력이 있고 점포 위치가 좋으면 창업 자금도 빌려주고 약품 구입에 필요한 전용결제시스템을 구축해 단말기까지 제공하는 패키지 형 대출 상품이다.

이에 앞서 하나은행도 지난해 개업한 수의사들을 대상으로 최대 1억 원까지 대출해 주는 '수의사 클럽 대출'을 내놓았다.

전문직 자영업자들이 은행들의 집중적인 구애 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연체율이 낮고, 당장 장사가 안돼 문을 닫더라도 자격증을 활용하면 나중에라도 자금 회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은행이 개업한 지 1년 이상 지난 약사들을 대상으로 2005년 내 놓은 'KB메디팜론'은 3월말 현재 연체대출이 한 건도 없다.

●'장사가 되는' 지역을 찾아라

특정 지역의 자영업자들을 위한 소호 대출도 있다.

하나은행이 7일 선보인 '중도매인 하나로 신용대출'은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의 중도매인 1400명을 대상으로 한다.

이상훈 하나은행 상품개발부장은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상인들은 대부분 20년 넘게 한 자리에서 장사를 해 온데다, 농수산물에 대한 독점적인 지위와 전문적 지식을 가져 연체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자체 제작한 소호업종지도를 이용해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역 강남지하상가, 동대문 의류상가, 인천 부평역 지하상가, 대전 은행동 지하상가 등을 대상으로 한 대출 상품도 내놨다. 신한은행도 올 하반기(7~12월)부터 지역에 특화된 소호 대출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장원재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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