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서영아]미국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일본

  • 입력 2007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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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위 각료의 방미 사과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 2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군위안부 문제로 사과한 데 이어 30일에는 규마 후미오 일본 방위상도 미국 국방장관 앞에 머리를 숙였다.

미일 안보위원회(2+2·양국 외교 국방장관)에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규마 방위상은 초면인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해상자위대원이 저지른 이지스함 정보 유출 사건을 사과해야 했다.

규마 방위상이 “양국이 정보 공유를 추진하려는 때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하자 미국 측은 “미일 방위협력을 위해 정보 공유가 중요하다”며 실효성 있는 기밀보전 대책을 주문했다.

규마 방위상은 이 자리에서 이라크 안정화를 위한 미국의 자세를 지지함으로써 자신의 이라크전쟁 비판으로 생겨난 미국 측의 불신을 거두려고 애썼다.

그는 일본 방위청의 ‘성’ 승격을 ‘보고’하고 미국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에 대한 정보를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미군 재편에 관해서는 후텐마 비행장의 이전을 착실히 이행하자고 합의했다. 1월 그 자신이 후텐마 비행장 이전 문제를 거론하며 “미국은 뭘 모른다”고 큰소리치던 것과는 판이한 모습이다.

규마 방위상이 납작 엎드린 것은 1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개전은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것을 비롯해 미국 비판 발언을 잇달아 쏟아낸 뒤 단단히 홍역을 치렀기 때문.

당시의 후유증으로 일본이 서둘러 온 미일 양국 간 국방장관 회담은 한동안 실현되지 않았다. 2월 일본을 방문한 딕 체니 부통령은 자위대 간부들을 만나면서도 규마 방위상과의 만남은 거절하기도 했다.

미국 측의 불쾌감은 아직도 완전히 가시지 않은 듯하다. 일본 언론은 이번에 규마 방위상이 미 중부군 사령부를 방문했을 때도 사령관 대신 부사령관이 영접을 나오는 홀대를 받았다고 전했다.

일본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군사적 입지를 강화하려면 미국과의 긴밀한 정보 공유도, 미국의 첨단 전투기도, 미사일방어(MD) 체제도 절실하게 필요하다. 집단적 자위권 확보를 비롯해 미국이 일본에 요구하는 내용은 현 일본 정권이 가고자 하는 길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미국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일본의 모습을 보며 미일관계는 궁극적으로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를 생각해 본다.

서영아 도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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