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후임 위원장 선출에 실패하고 비상대책위마저 마비될 정도로 내분이 심한 상태다. 오죽하면 이수호 전 위원장조차 “깽판 칠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문제”라며 “대의원대회를 끝까지 해 본 적이 거의 없는 엉터리 조직”이라고 자아비판을 했겠는가. 노사정이 공식기구에서 힘겨운 대화를 통해 어떤 타협을 이루어도 리더십 부재의 노총 안에서 ‘깽판’이 날 가능성도 있다. 툭하면 총파업과 폭력 시위를 벌이는 민주노총이 자기 혁신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대화와 타협만 강조하다 보면 얻는 것 없이 기업을 어려움에 빠뜨리고 법과 원칙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김대환 전 장관은 “올해는 노조가 전투적 복장과 행동을 바꿔 사측과 성의 있는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겨들을 말이다. 학계에 있을 때 진보경제학자로 분류되던 김 전 장관은 노동부 장관이 된 뒤에는 노동계의 불법과 억지에 맞서 법과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이 장관은 변호사 시절 노동운동에 앞장섰다가 구속된 일도 있고, 정치인으로 변신한 뒤에도 ‘친노(親勞)’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김 전 장관처럼 일단 장관이 된 뒤에는 달라져야 한다.
이 장관이 ‘노동변호사’로 활동하던 1980년대의 노조는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 약자였지만 지금의 민주노총은 마음에 안 드는 장관을 갈아 치우는 거대한 기득권 세력이 됐다. 강성(强性) 노조 세력은 보수도 진보도 아니고,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의 희생 위에서 기득권을 고집하는 ‘깽판 수구(守舊)’라는 소리를 들을 만하다.
이 장관이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노총에 끌려 다니다 보면 일부 세력의 박수는 받겠지만 실패한 장관이 되기 쉽다. 경제를 더 멍들게 한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글로벌 경제시대에 맞는 노동정책으로 과거의 타성에 젖은 노동계를 변화시킬 책무가 그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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