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완배]정치인 출신 거래소 이사장의 ‘오버’

  • 입력 2005년 5월 5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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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증권선물거래소가 시행하기로 한 ‘출산장려 지원 사업’이 화제가 되고 있다.

거래소는 2일 “정부가 추진하는 출산장려 정책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거래소 직원이 셋째 아이를 낳으면 장려금 500만 원과 함께 세 자녀 모두의 대학 학자금을 전액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대로 시행된다면 셋째 아이의 출산으로 거래소 직원이 얻는 인센티브는 수천만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여기저기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과도한 직원 챙기기, 볼썽사나운 돈 잔치라는 비판과 함께 공기업도 아닌 민간 주식회사가 정부 정책에 ‘오버’해 반응하는 이유가 뭐냐는 지적도 나왔다.

비판이 거세지자 5일 거래소 이정환(李正煥) 경영지원본부장이 기자들에게 ‘출산장려 운동과 관련한 경영지원본부장의 서신’이라는 해명성 e메일을 보냈다. 거래소 이영탁(李永鐸) 이사장이 일부 언론의 비판적 시각에 불쾌한 반응을 보이자 이 본부장이 수습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거래소가 정부 정책에 호응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거래소와 이사장의 최근 적절치 못한 행동이 비판적 시각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달 말 증권선물거래소는 홈페이지에 이 이사장 홈페이지를 링크시켰다가 누리꾼(네티즌)들의 호된 질책을 받았다.

이 이사장은 당초 관료로 출발했지만 지난해 총선 때 경북 영주에서 여당 후보로 출마했던 ‘정치인’이다. 그의 홈페이지에는 ‘선비의 고장에 어울리는 선비다운 사람’, ‘겸손하게 영주를 위해 일해 온 사람’ 등의 글이 올라 있다. 이런 이 이사장의 개인 홈페이지가 증권선물거래소 홈페이지에 링크돼야 할 이유가 없다.

이런 일이 있은 지 보름도 안 돼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하겠다며 출산장려 사업에 나서니 “정치인 출신 이사장 때문에 거래소가 쓸데없이 정부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동북아의 금융 허브가 되기 위해 증권선물거래소가 해야 할 일이 태산이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출산장려 같은 생뚱맞은 사업을 벌이기보다 본업에 더 충실해야 할 때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완배 경제부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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