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한국말로 하는 日 어린이극 ‘…놀이는 즐겁다’

  • 입력 2005년 4월 19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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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소품과 재미있는 몸짓만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니꼬리보까리 좌-놀이는 즐겁다’ 김미옥기자
간단한 소품과 재미있는 몸짓만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니꼬리보까리 좌-놀이는 즐겁다’ 김미옥기자
19일 막을 올린 ‘니꼬리보까리 좌-놀이는 즐겁다’는 아이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는 어린이극이다. 4∼7세의 아이들이 가장 재미있게 볼 만한 작품이지만, 자녀를 데리고 온 엄마들의 웃음소리도 아이 못지않게 크다.

‘…놀이는 즐겁다’에는 변변한 무대세트가 없다. 단 세 명의 배우가 손짓과 얼굴 표정, 코믹한 몸짓으로 빚어내는 갖가지 놀이와 상황을 통해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세 명이 손가락을 모아 별 모양을 만들어 내거나 종이 한 장으로 꽃 태양 아코디언 계단 등을 표현해 낼 때마다 “와” 하는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놀라운 것은 한 시간 내내 땀을 뻘뻘 흘리며 한국말로 공연하는 세 배우가 모두 일본인이라는 점.

“자, 이보네는(이번에는) 재미있는 가묜노리(가면놀이)를 해 볼까요?”

마임 등 몸짓 위주여서 말을 못 알아들어도 볼 수 있는 작품이지만, 큰 소리로 또박또박 말하는 한국어 발음은 너 댓 살 꼬마들이 알아듣기에도 무리 없다.

‘…놀이는 즐겁다’는 일본의 어린이 전문극단인 가제노꼬쿠슈의 대표작이자 지금까지 35만 명이 관람한 인기 공연. 어린이들과 조금이라도 더 교감하기 위해 배우들이 두 달 전부터 해당 국가의 언어를 배워 모든 대사를 현지어로 한다. 지금까지 공연한 언어는 영어, 힌두어, 광둥어….

이 작품은 2001년 내한공연에서도 큰 인기를 끌어 4년 만에 다시 찾아온 것. 하지만 최근 독도를 둘러싼 한일 양국의 갈등 때문에 이번 공연은 만만치 않다. 두 딸을 데리고 이 공연을 보러 온 주부 김혜영 (34·인천시 남구) 씨는 “일본 극단의 공연이라 볼까말까 망설였다”며 “문화와 정치는 별개라는 생각에서 왔는데 공연 내용이 좋아 오길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공연 후 분장실에서 만난 배우 산모토 사스케 씨는 “아이들은 곧 미래”라며 “우리가 어린이들을 위해 더 열심히 좋은 공연을 펼치는 것이 보다 나은 양국의 미래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5월1일까지. 사다리아트센터 동그라미 극장. 화∼금 오후 2시 4시, 토 일 오후 1시 3시. 2만원. 사다리 회원 가입 시 40% 할인. 02-382-5477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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