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덕수궁 석조전 동관 용도 논쟁

  • 입력 2005년 4월 11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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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근대미술관인가, 대한제국 역사박물관인가.’

서울 도심에 위치한 덕수궁 석조전 동관(등록문화재 80호)의 활용 방안을 놓고 미술계와 문화재·역사학계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현재 석조전 동관을 사용하고 있는 궁중유물전시관이 8월 경복궁 내 옛 국립중앙박물관 자리로 옮김에 따라 이곳이 빈 공간이 되기 때문. 미술계는 지난해부터 석조전 동관을 근대미술관으로 사용하자고 주장해왔고 이에 맞서 문화재·역사학계가 최근 대한제국 역사박물관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반박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덕수궁 석조전 동관=영국인 건축가 G R 하딩 등의 설계로, 1909년 완공된 국내의 대표적인 근대 건축물이다. 고종이 집무실 및 처소로 사용하는 등 대한제국의 영욕의 역사를 담고 있는 공간. 규모는 지상 3층, 건평 493평, 연면적 1247평.

일제강점기엔 ‘이왕가(李王家)미술관’으로 사용되었고 광복 이후엔 덕수궁미술관, 국립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궁중유물전시관 등으로 활용되었다. 현재 소유 및 관리자는 문화재청.

한편 석조전 서관은 1938년 완공되었고 지금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국립근대미술관으로”=미술계는 지난해부터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은 교통이 불편하기 때문에 서울 도심에 위치한 덕수궁 석조전 동·서관을 통합해 한국 근대 미술을 전담하는 국립근대미술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1973∼86년 석조전을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사용했던 전례를 들어 다시 미술관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윤수(金潤洙) 국립현대미술관장은 “2004년 3월 이미 문화관광부와 문화재청이 근대미술관으로 사용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문화재계가 뒤늦게 역사박물관으로 쓰자는 것은 앞 뒤가 맞지 않는다”면서 “궁중유물전시관의 8월 이전 일정에 맞춰 근대미술관 개관전을 준비 중이며 예산도 편성해 놓았다”고 말했다.

▽“대한제국 역사박물관으로”=문화재계와 역사학계는 올해 들어서면서 미술계에 대해 반격을 시작했다. 대한제국의 정궁이었던 덕수궁, 고종의 생활공간이었던 석조전 동관의 의미를 살려 대한제국 역사박물관으로 꾸며 근대사 역사교육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반론의 요지.

문화재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 미술관으로 사용한 적이 있다고 해서 대한제국의 상징적인 공간을 미술관으로 쓰겠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평우(黃平雨)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덕수궁 석조전뿐 아니라 뒤편에 위치한 을사늑약 체결 장소였던 중명전, 시민의 힘으로 지켜낸 덕수궁 옛터(옛 경기여고 자리)와 연계해 근대사 공간으로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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