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알아듣는다" 구타-욕설…난청증세 이등병 자살

  • 입력 2003년 7월 17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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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적 장애를 가진 이등병이 고참들의 구타와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자살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17일 육군에 따르면 전남 진도군 육군 모 부대 레이더기지 소속의 상근예비역(출퇴근 사병)으로 근무하던 박모 이병(21)이 지난달 18일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매 숨졌다.

박 이병은 ‘구타와 욕설에 지쳤다. 왜 자살을 택했는지 부모님이 잘 생각해보셨으면 한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고 육군은 밝혔다.

대학을 휴학하고 올 3월 입대한 박 이병은 양쪽 귀의 난청 증상으로 청각기능이 크게 떨어져 평소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는 이유로 선임병들의 폭행과 폭언에 시달려온 것으로 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사건 이후 군 수사당국은 해당 부대의 선임병 1명을 박 이병에 대한 가혹행위와 구타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하고 부대장은 사단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그러나 군은 사고가 발생한 지 한달이 넘도록 구체적인 경위와 조치를 공개하지 않아 군내 폭력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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