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화하자며 총격 도발인가

  • 입력 2003년 7월 17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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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절 아침 북한군이 비무장지대(DMZ)에서 아군 초소를 향해 총격을 가한 것은 적당히 넘길 일이 아니다. 날아온 총탄이 4발뿐이고 피해가 없다고 하나 1100m나 떨어진 아군 초소에 3발이나 명중한 것을 보면 의도적인 도발일 가능성이 크다. 장관급회담 등 남북대화에 나와 쌀과 비료를 얻어가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기관총을 쏘는 북한의 이중적 행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엊그제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은 “올해 안에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래리 닉시 미 의회조사국(CRS) 연구원도 “7∼10월이 위험한 시기”라고 진단하는 등 한반도 정세는 불안정한 국면이다. 이런 위험한 시기에 남북간에 우발적이라도 충돌이 일어나면 쉽게 파국적인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북한의 몇 안 남은 우방인 중국이 최근 다자회담 재개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한반도에서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피해 보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런 점에서 이번 총격은 불길한 조짐이 아닐 수 없다. 궁지에 몰린 북한이 오히려 위기를 고조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최근에도 미국과의 접촉에서 ‘폐연료봉 8000개 재처리 완료’와 ‘원자로 공사 재개’를 통보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제 그런 식의 행동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북한은 일차적으로 군사정전위에 신속하게 나와 사건 경위를 해명하고 공식 사과 및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이는 남한과 국제사회의 여론을 더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북한이 해야 할 최소한의 조치다.

정부도 별도 채널을 통해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북한이 남측의 반응을 떠보기 위해 도발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가 적당히 넘어가는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이 기회에 노무현 정부는 전임 김대중 정부와 다르다는 것을 북한에 분명하게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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