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KBS ‘전두환 前대통령 자택출동’ 프로 잇단 비난

  • 입력 2003년 7월 3일 17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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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밤 추징금 미납과 관련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출연과 해명을 요구한 KBS 2 ‘생방송 시민프로젝트-나와주세요’. 사진제공 KBS
2일 밤 추징금 미납과 관련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출연과 해명을 요구한 KBS 2 ‘생방송 시민프로젝트-나와주세요’. 사진제공 KBS
한국 공영 방송의 현주소와 한탕주의를 단적으로 보여준 한 편의 코미디는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고 돌아온 것은 시청자들의 질타 뿐이었다.

“추징금 미납자 전두환씨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습니다. 시민의 이름으로 함께 외쳐주시기 바랍니다. 나와주세요!”

장대비가 쏟아지는 2일 밤 11시40분. 서울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앞에는 초저녁부터 KBS 2 ‘생방송 시민프로젝트 나와주세요’의 첫 코너 ‘추징금 미납자, 전두환씨를 불러내라’의 제작진과 경찰들이 대치하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추징금 미납과 관련해 전 전대통령의 출연과 해명을 요구했다.

시청자 전미선씨(35·서울 성북구 월곡동)는 “비오는 날 밤, 자정 가까운 시간에 ‘나와달라’라고 외치고, 전화를 거는 게 상식적인가. 추징금은 법으로 재산추적을 해서 받아내야지 군중몰이식 면박주기는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시청자들은 ‘추징금 미납’과 같은 정치적 사안을 진지하게 다루지 않고 오히려 ‘이벤트 쇼’로 전락시켜 희화화한 것에 대해 질타했다.

‘옥동자’란 별명으로 유명한 개그맨 정종철은 이날 스튜디오에 패널로 나와 “전두환씨 재산이 29만1000원이란 얘기 듣고 되게 웃겼거든요. 강아지 한 마리 사는데 30만원이었어요. 웃기는 건 개그맨이 할 일인데요”라고 조롱했다.

특히 전 전대통령 집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전경에게 홍소현 아나운서가 “실례합니다. 전두환씨가 집에 계신가요?”하고 묻는 장면은 코미디 이상이었다.

네티즌 조결래씨는 “KBS가 정말 해결해보고 싶었다면 검찰로, 법으로, 정부 관계자에게도 시선을 돌려 목숨을 걸 각오로 매달려야 했다”고 질타했다.

KBS ‘생방송 시민프로젝트’의 시청자게시판에도 “대북송금 사건의 김대중 대통령, 부동산 투기 의혹의 노건평씨,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을 받고 있는 KBS 정연주 사장도 불러내라”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한 시청자는 “‘국민’ ‘시민’이라는 단어를 붙여 정말 국민의, 시민의 지지를 받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위험하고 오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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