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년을 앞두고 해군 2함대사령부에 전사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전적비가 세워졌고 어제는 노무현 대통령이 전적비를 찾아 고인들을 애도했다. 1년 전 영결식 때 대통령과 총리는 물론 국방장관 조차도 참석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그런 행사만으로 정부와 대다수 국민이 보여준 무성의와 무관심을 얼마나 씻을 수 있고, 유족들의 서운함을 달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 국민은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여중생들을 1년 이상 애도할 만큼 정이 깊은 민족이다. 그런 국민이 왜 국가를 위해 몸을 바친 영웅들을 외면했단 말인가. 왜 부상자와 전투에 참가한 해군 장병들에게 무관심했단 말인가. 정부가 앞장서서 국민을 오도하는 분위기를 만든 것은 아닌지 돌이켜볼 일이다.
서해교전은 호전적인 북한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됐다. 그런데도 정부는 미흡하기 짝이 없는 유감 표명을 서둘러 수용하고 북한의 도발을 덮었다. 1년이 지난 지금 남북관계는 더 악화됐다. 잘못된 출발의 후유증을 두고두고 겪고 있는 것이다.
뒤늦은 추모행사보다는 남북관계를 바로잡는 것이 시급하다. 그것이 해군 용사들에게 진 빚을 갚고 그들을 제대로 기리는 길이다. 수많은 추모 인파가 거리에 나오는 것도 좋지만 서해 영웅들은 북한의 도발을 결코 용인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굳은 결심을 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정부가 변해야 유족들의 눈물이 마를 것이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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