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탄은 살인면허를 박탈당할 위기에 처한 007 제임스 본드 영화처럼 시작한다. 자신을 지긋지긋하게 괴롭히는 ‘머글’ 이모네 집에서 여름방학을 보내던 해리가 참다못해 마법을 휘두른 벌로 재판을 받게 되는 거다. 열다섯 살이 된 해리는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니다. 선과 악은 동화에서처럼 똑 부러지게 보이지도 않는다. 청소년들이 으레 겪는 호르몬의 불균형 속에서 해리는 첫 키스를 하고, 세상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평범한 청소년다운 좌절 속에 방황하기도 한다. 가족사의 비밀과 대를 이은 복수, 배신, 가까운 이의 죽음과 희생에 분노하고 교훈을 얻으면서 해리는 점점 어른이 되어간다.
▷해리포터가 200개 국가에서 55개 언어로 번역될 만큼 어른 아이를 막론하고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리는 마법사의 피를 타고났지만 슈퍼맨은 아니다. 마법도 단숨에 익힐 수 없다. 자존심 상하고 질투심에 불탈 때도 있지만 자신을 이해해주는 친구들이 있어 든든하다. 즉 해리 역시 결점을 지닌 인간이라는 점에서 모든 독자들이 ‘해리포터가 바로 나 자신이다’라고 여기는 것이다. 해리가 고아로 구박받으며 외롭게 자랐으나 운명에 맞서면서 자신의 힘을 발견한다는 점에서 신화 속의 영웅과도 흡사하다. 아동심리학자 브루노 베텔하임은 이 같은 특징이 어린이를 성장시키고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마술적 힘을 발휘한다고 했다.
▷해리포터의 저자 조앤 K 롤링의 신데렐라 같은 성공 스토리도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1탄을 쓰던 9년 전만 해도 아기 분유 값이 없어 고민했지만 지금은 4억5000만달러를 벌어들여 영국 여왕보다 더 부자가 됐다. 그러면서도 불치병으로 투병하는 어린이에게 전화로 책 내용을 알려줘 조금이라도 생명줄을 연장시킬 만큼 따뜻한 심성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그가 우리시대 독자에게 건 최고의 마법은 글을 읽는 기쁨을 안겨 줬다는 점이다. 영상세대 아이들이 밤새워 책을 기다리게 만들 정도면 역사에 기록될 작가로 꼽힐 만하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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