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수형/법조계에 불어닥친「大選바람」

  • 입력 1997년 7월 6일 19시 51분


법조계의 대선바람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5일 저녁에만 해도 1백명 가까운 변호사들이 한 호텔에 모여 신한국당 대선 예비후보의 정담(政談)을 들었다. 이른바 인권변호사 중에서도 인권보다는 정권에 더 큰 관심을 두는 변호사들이 있다. 한 30대 변호사는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우자」고 외치던 법조인들이 이제 「하늘이 무너져도 정권을 세우겠다」고 나서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현직 판사 검사들 사이에서도 가장 큰 화제는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문제다. 법조계의 정치바람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조인들의 정치참여는 집권여당인 신한국당 대선 예비후보들중 다수가 법조인인 점에 비추어 자연스런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또 정치의 시녀로 전락했던 「법치주의」를 바로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기도 하다. 문제는 그 바람의 내용이다. 지금 법조계에 불고 있는 정치바람은 법치의 생명이라고 할 원칙이나 합리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정치에 참여하는 법조인 대부분이 지연이나 학연 등 비합리적 기준으로 정치권에 줄을 대고 있다. 법조계의 최대 인맥을 자랑하는 어느 고교 출신 법조인들은 학교 선배인 후보를 거의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또 다른 고교출신 법조인들도 학교 선배인 후보와의 인연에 따라 이합집산하고 있다. 자신의 결혼주례를 섰다는 이유로 변호사를 그만두고 보좌관으로 간 사람도 있다. 심지어 고시공부할 때 독서실 동기라는 이유로 지지모임을 만들기도 하고 검사 또는 판사시절 선배법관이었다는 이유로 기자들을 상대로 「사전선거운동」을 하기도 한다. 모두 자신들이 평소 주장하던 법적 신념이나 소신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의 오랜 병폐로 지적돼온 「전관예우」가 정치권에까지 전염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수형(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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