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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사흘째 범행 부인… 강호순 자백 이끈 프로파일러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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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사흘째 범행 부인… 강호순 자백 이끈 프로파일러 투입

한성희 기자 , 고도예 기자 , 조건희 기자 입력 2019-09-21 03:00수정 2019-09-2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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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연쇄살인 용의자 확인]
이춘재-수사팀 하루 4, 5시간 대면… 경찰 “진술 유도가 여죄 확인 핵심”
본보, 경찰 초동수사보고서 입수
4차, 5차와 결박-유기 수법 유사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춘재(56)의 자백을 이끌어 내기 위해 연쇄살인범 강호순(50)의 입을 열었던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이 투입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이춘재와 라포르(rapport·신뢰감으로 이뤄진 친근한 인간관계)를 쌓아 자백을 받고 여죄를 캐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 신뢰-친근감 통한 자백이 핵심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의 ‘화성 사건 특별수사본부’ 진술분석팀에 배치된 프로파일러 3명은 20일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춘재를 찾아가 오후 4시까지 조사를 벌였다. 18일과 19일에 이어 세 번째 조사였다. 진술분석팀장인 공은경 경위(40·여)는 2009년 여성 10명을 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강호순의 심리분석을 맡았던 프로파일러다. 2007년 프로파일러로 활동을 시작한 공 경위는 강호순의 여죄 수사를 위한 범죄분석팀에 투입된 후 강호순과의 라포르 형성을 통해 그의 자백을 이끌어 냈다.

지금까지 3차례 조사에서 이춘재는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 10건의 화성 사건 가운데 증거품에서 이춘재의 것과 같은 유전자(DNA)가 검출된 사건은 1987년 1월 10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황계리에서 발생한 5번째 홍모 양(당시 18세) 사건을 포함해 7번째와 9번째 등 3건이다. 이미 모방범의 소행으로 밝혀진 8번째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6건의 사건에 대해서도 유전자 감식이나 주변 조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진상 규명을 위해선 이춘재의 진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진술분석팀이 라포르를 형성해 가는 단계에 있다”며 “이를 통해 이춘재의 자백을 이끌어 내는 것이 DNA가 확인되지 않은 나머지 살인사건과의 연관성을 입증하기 위한 ‘키(열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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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당국에 따르면 이춘재가 수사팀과 대면하는 시간은 하루 4, 5시간이라고 한다. 교도소 일반 접견은 통상 10분 내외로 제한되지만 경찰 접견은 수사 목적이라 더 긴 시간 접견을 허용했다. 다만 화성 사건의 공소시효가 2006년 4월 완성(만료)된 탓에 이춘재가 거부하면 강제로 조사할 수는 없다.

○ 4번째, 5번째 시신 모두 짚으로 가려둬


경찰이 19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4번째 사건 증거물의 감정 결과는 약 일주일 뒤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4번째 사건은 1987년 1월에 정남면 관항리에서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이모 씨(당시 23세·여)가 숨졌다. 이 씨는 발견 당시 자신의 블라우스로 손이 뒤로 묶인 채 들깻짚 사이에 가려진 상태였다. 시신이 우산 손잡이로 훼손돼 있었고 범인이 범행 후 옷을 다시 입혀뒀다.

본보가 전체 10개 사건의 초동수사 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해보니 4번째 사건과 같은 양상은 한 달 후 발생한 5번째 사건과 흡사했다. 범인은 홍 양의 블라우스로 그의 양손을 뒤로 묶고 범행 후 옷을 다시 입혀뒀다. 홍 양의 시신이 발견된 장소도 가슴 높이까지 쌓인 볏짚 사이였다.

이런 유사성은 각기 다른 사건이 동일범의 소행인지 판단할 때 중요한 단서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화성경찰서장을 지낸 최원일 전 총경은 “피해자들의 손을 묶은 매듭 형태가 시그니처(서명)처럼 특정한 모양으로 분류돼 관련 보고서까지 썼었다”라며 “이를 DNA 감정 결과, 시신 훼손 방식 등과 교차 분석하면 동일범 여부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경찰은 화성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물 감정을 통해 범인의 혈액형을 5, 9번째 사건은 B형으로, 7번째 사건은 AB형으로 추정하긴 했지만 이런 추정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다. 올해 7월 경찰로부터 증거물 재감정을 의뢰받은 국과수가 DNA를 분석한 결과 혈액형은 모두 이춘재와 같은 O형인 것으로 확인됐다. 강필원 국과수 법유전자과장은 “화성 사건 당시 B형으로 추정됐던 혈액형은 DNA를 통해 밝혀낸 것이 아니고 감정물에 남아 있던 인체 분비물과 여러 혼합물질이 뒤섞인 상태에서의 분석이어서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성희 chef@donga.com·고도예·조건희 기자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춘재#프로파일러#자백#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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