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폐교에서 나홀로 전원생활? 시골 폐교 사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8일 14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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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갈 데까지 가보자’ 화면 캡처
채널A ‘갈 데까지 가보자’ 화면 캡처
얼마 전 채널A ‘갈 데까지 가보자’에 경기도 가평의 한 폐교에 사는 박해붕 씨의 사연이 소개됐습니다. 1982년 폐교된 경반분교와 근처 땅 3000평을 매입한 그는 퇴직 후인 1996년부터 이 곳에 정착해 살고 있습니다. 전기도 수도도 들어오지 않는 산골이지만, 박 씨는 나 홀로 전원생활을 유유자적 즐기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 곳은 캠핑객 사이에선 서울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오지 캠핑장으로 이름이 나 있습니다.

박 씨처럼 폐교를 사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모든 폐교를 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매각 대상으로 나온 폐교가 따로 있습니다. 이런 폐교는 각 시도 교육청이나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운영하는 공매사이트 온비드(www.onbid.c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개 공고된 폐교 예상 가격은 2억~50억원 이라고 합니다.

폐교는 공개 입찰 매각이 원칙입니다. 다만 폐교를 교육용 시설, 사회복지 시설, 문화 시설, 공공 체육 시설로 활용하려는 사람, 소득 증대 시설로 활용하려는 지역 주민은 수의계약도 가능합니다.

폐교 공매 입찰에 참가할 때 제출할 서류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계획서입니다. 교육청에서 사용계획서를 검토한 후 입찰 자격을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지역 주민들에게 위화감을 주는 위락시설, 환경오염시설, 혐오시설 등은 입찰에서 배제됩니다.

폐교 경매 입찰에서 최고가를 써내 낙찰 받으면 계약 체결일에 총 임대료의 10%를 납부해야 합니다. 나머지는 해당 교육청이 정한 기한 내에 내면 됩니다.

낙찰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낙찰 일로부터 10일 이내에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낙찰이 무효가 되고 입찰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하므로 날짜를 꼭 지켜야 합니다.

대개 폐교는 교통 접근성이 뛰어나, 일반인들이 폐교를 활용할 때 부지 정리 및 교통에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폐교를 사 놓은 후 사업계획서대로 운용하지 않고 방치하거나, 폐교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만 잔뜩 받아 놓아 문제가 된 사례도 더러 있습니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폐교 3595곳 중 매각이 완료된 학교는 2195곳인데, 대부분의 매각 폐교가 교육시설(267곳), 사회복지시설(59곳), 문화시설(84곳), 공공체육시설(84곳), 소득증대시설(201곳) 등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401곳은 아직 방치돼 있습니다.

폐교는 과거 지역 주민이 후학 양성을 위해 희사(喜捨)한 땅에 지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재테크 수단으로만 접근해선 안 될 것입니다. 지역 주민에게 혜택이 가는 시설로 활용한다면 토지를 희사한 이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겠지요.

‘경반분교 지기’ 박 씨는 옛 분교의 모습을 그대로 지키기 위해 수업시작을 알리는 학교종과 학생들이 앉아 공부하던 책걸상, 1960년대 교과서와 풍금을 교실에 깨끗이 보존해 놓았습니다. “나는 이 곳을 잠시 빌려 쓰는 중일 뿐”이라는 그의 방송 인터뷰가 인상적입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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