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책향기]“샤갈은 오직 자기밖에 몰랐다”

  • 입력 2008년 11월 8일 03시 01분


사색에 잠긴 듯한 강렬한 푸른색의 암소, 바이올린을 켜는 붉은 얼굴의 여인과 여인의 어깨에 앉은 새, 양복을 입은 당나귀와 포옹하면서 행복한 미소를 짓는 여인….

마르크 샤갈(1887∼1985)의 작품들은 한결같이 몽환적이다. 예술가들의 창작에는 어린 시절의 경험이 많은 영향을 끼친다. 러시아 비테프스크의 유대인 마을에서 태어난 샤갈은 다른 화가들보다 더 많이 어릴 적 경험에 영향을 받은 작가로 꼽힌다. 그 스스로도 훗날 자서전에서 “내 그림 중에 비테프스크로부터의 영감이 담겨 있지 않은 작품은 한 점도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최근 영국에서 출간된 전기 ‘샤갈: 사랑과 유랑’도 샤갈을 이해하기 위해 비테프스크에서의 생활을 자세히 파고들었다. 샤갈을 대가의 반열에 올려놓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어머니 아내 등에 대한 이야기도 주요 테마다.

저자는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에서 미술평과 기사를 쓰는 재키 울슐레이저 씨. 이 책이 나오자 영국 언론들은 “솜씨 좋은 작가가 샤갈을 요람에서 무덤까지 내밀하게 추적한 기념비적인 전기 작품”이라며 후한 평가를 내렸다. 저자는 샤갈의 손녀로부터 얻은 편지, 문서 등을 토대로 이 작품을 썼다.

샤갈은 가난한 집안의 9형제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노동자였다. 샤갈 또한 아버지의 운명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그에게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지혜로웠던 어머니가 있었다. 9형제 가운데 샤갈을 가장 좋아한 어머니는 온갖 노력을 하면서 그를 학교에 보냈다.

어머니의 정성을 받으며 자란 그는 어른이 돼서도 어린애처럼 행동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샤갈은 공상가였고 다른 사람을 고려하지 않는 자기중심적 성격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결혼 이후에는 아내 벨라가 어머니 역할을 했다. 벨라는 그가 그림을 그릴 때면 옆에서 큰소리로 책을 읽어줬고, 그의 작업과 전시를 매니저처럼 관리했다. 러시아어로 쓴 샤갈의 자서전을 프랑스어로 번역 출간하기도 했다. 저자는 “샤갈은 끊임없이 응석을 부렸다”고 밝혔다.

샤갈은 외부 세계와 접촉하지 않고 집안에 머물며 창작을 했다. 그 때문에 어린 시절의 경험에 뿌리를 둔 상상의 세계를 여행하면서 몽환적 작품을 쏟아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전기는 그래서 샤갈이 과연 자신 이외에 다른 존재들에 대해 얼마나 이해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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