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영 기자의 보너스 원샷]자유투가 두려운 대학센터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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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농구(NBA) 전설의 센터인 ‘공룡’ 샤킬 오닐(44·전 LA 레이커스)은 자유투 라인에만 서면 작아졌다. 골밑에서 엄청난 힘으로 백보드가 부서지도록 덩크슛을 꽂아 넣지만 자유투는 ‘초보’였다. 마치 장난감 공을 던지는 듯한 그의 자유투는 백보드를 둔탁하게 때리고 번번이 림을 외면했다. 그의 통산 자유투 성공률은 52.7%였다. 이 때문에 상대 수비수들은 오닐에게 손쉬운 2점 슛을 내줄 바에야 부정확한 자유투를 주는 게 낫다는 판단 아래 그에 대한 파울을 아끼지 않았다.

팀마다 10, 11경기를 치른 2016 대학리그에서도 각 팀 센터들이 자유투에 고전하고 있다. 국가대표 센터인 고려대 이종현(206cm)은 36개의 자유투를 던져 21개만 성공시켰다. 성공률은 58.33%. 성균관대 센터 이윤수(205cm)도 41개를 던져 24개(58.54%)밖에 넣지 못했다. 이종현과 함께 대학 선발에 처음 뽑혔던 상명대의 안정훈(197cm)도 58.62%에 그쳤다.

홍콩에서 귀화한 명지대 센터 주긴완(196cm) 역시 35개를 던져 18개(51.43%)만 넣었다. 연세대의 센터 3인방인 김경원(200cm·62.96%), 김진용(200cm·44.44%), 박인태(201cm·57.14%)의 성공률도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이유는 뭘까. 고려대 이효상 코치는 “센터들은 주로 림을 등지고 플레이를 하는데 자유투를 얻으면 림을 정면으로 보고 슛을 쏴야 해 거리 조절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KCC의 포워드 겸 센터 김일두는 “요즘 센터들은 상대 수비에게서 한두 발짝 떨어져서 슛을 쏘는 데 재미를 붙이다 보니 몸싸움으로 자유투를 얻을 기회도 적을뿐더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일두는 “자유투는 경기 초반 감이 흔들리면 경기가 끝날 때까지 감을 찾을 수가 없다”며 “연습만 해도 슛 실력이 좋아진다는 것을 센터들이 느껴야 한다”고 했다. 센터 출신인 삼성 박훈근 코치는 “키가 큰 센터들이 다른 포지션에 비해 농구를 늦게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자유투를 쏠 때의 공 핸들링이나 슛 폼이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은 면도 있다”고 했다.

종합해보면 센터들의 자유투 약점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다. ‘국보 센터’ 서장훈(207cm)은 프로 통산 평균 76.9%의 자유투 성공률을 기록했다. 동부의 김주성(205cm) 역시 통산 자유투 성공률이 75.8%이고, 2007∼2008시즌에는 86.1%까지 기록했다. KGC의 오세근(200cm)도 프로 4시즌 동안 자유투 성공률이 73.4%다.

파울이 많고 몸싸움이 치열한 골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센터에게 가장 손쉽게 팀 득점과 자신의 평균 득점을 올릴 수 있는 자유투는 무시할 수 없는 기회다. 그런 점에서 국내 프로농구에서 자유투 때문에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선수는 최장신 센터인 KCC의 하승진(221cm)일 것이다. 하승진의 프로 통산 자유투 성공률은 52.9%다.

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
#자유투#서장훈#김주성#오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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