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2題/김지현- ‘그 정부에 그 국회’]순환출자 규제, 기업 속타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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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매각 늑장통보 남탓 한 공정위

김지현·산업부
김지현·산업부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그룹 외에 현대자동차그룹에도 “7월 1일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으로 강화된 순환출자 지분(약 4600억 원어치)을 팔아야 한다”고 통보한 사실이 본보 보도로 뒤늦게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위는 24일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관련한 기자단 브리핑에서 “9월 1일 출범한 삼성물산 통합 과정에서 일부 계열사의 순환출자 지분이 늘어나 내년 3월 1일까지 이를 처분해야 한다”며 “삼성그룹이 신규 순환출자금지 제도를 적용한 첫 사례”라고 발표했다. ‘현대차에도 해당되는 사례가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알아보겠다”고만 했다.

하지만 본보 보도가 나간 30일 공정위는 “현대차가 10월 말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이 순환출자 고리 강화에 해당되는지 문의해 왔다”며 “현대차에 (순환출자 관련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는) 통보를 해준 건 24일”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공정위는 현대차 계열사 합병이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는데도 손을 놓고 있다가 처분시한(합병 후 6개월 뒤인 1월 1일)을 불과 1주일 앞두고 현대차에 통보해준 뒤 일체의 관련 사실을 숨긴 셈이다.

공정위는 논란이 일자 “현대차와 삼성 모두 11월에 합병 관련 지분 변동 공시를 했는데 현대차는 순환출자 강화에 대한 내용 없이 지분 변동만 공시했다. 삼성은 공시할 때 순환출자 강화 부분은 공정위에 맡기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언론, 시장의 관심을 고려해 공개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물론 현대차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보도가 나가기 전까지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된 바 없으며, 법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부인하던 현대차는 29일 오후 뒤늦게 공정위에 기간 유예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리 주식 처분에 관한 대응책을 준비하지 않다가 데드라인이 임박해서야 나선 것이다. 공정위는 “1월 1일 이후 유예 기간을 연장해 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은 공정위가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관련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24일 뒤늦게 제시하는 바람에 기업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점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올해 삼성이 합병과 관련해 문의를 하고 문제 제기를 해 와서 그때 개별 건에 대해 검토를 시작했다”고 했다. 공정위는 2013년 공정거래법 개정 직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했다. 상황을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구태의연한 행태는 여전했다.

김지현·산업부 jhk85@donga.com
#순환출자#지분매각#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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