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사다리 타고 체육교사 꿈 활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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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 아이들 꿈에 날개를]<1> 임용시험 준비 대학생 이소정 씨

《 부모 소득이 자녀의 교육 환경을 좌우하는 요즘 사정에 따라 어떤 아이들은 자신의 꿈을 펼칠 기회조차 제대로 갖지 못하면서 빈곤이 대물림되고 있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한국사회복지관협회는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 14∼24세 저소득층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데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희망플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동아일보는 희망플랜의 도움을 받고 있는 아이들의 사연을 7회에 걸쳐 연재한다. 》
 

허들에 발이 걸렸다. 무릎부터 바닥에 닿았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십자인대 파열, 체육교사를 꿈꾸던 고교 육상 유망주의 선수 생명은 그렇게 한순간에 끝났다.

이소정(가명·22·여) 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육상을 시작했다. 체육교사가 되고 싶어서였다. 종목은 허들 100m, 창던지기, 포환던지기, 높이뛰기, 멀리뛰기, 200m, 800m를 합친 육상 7종이다. 이 씨는 중등부 대회에서 서울시 1위를 차지했다. 꿈이 가까워지는 듯했다.

우선 대학 체육교육과에 진학하는 게 이 씨의 목표였다. 체육특기생으로 대학에 가려면 고교 3학년 때 반드시 메달을 따야 한다. 이 씨는 매일 자신을 채찍질했다. 부상을 당한 고1 때 그 날도 그랬다. 평소보다 높은 허들에 도전했지만 넘지 못했고, 꿈은 그렇게 멀어졌다.

졸업 후 체육실기학원으로 ‘출근’했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에게 체육을 가르치며 틈틈이 인터넷 강의로 학점은행제 과정을 밞았다. 운동은 쉽지 않았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돈을 벌면서 공부와 운동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대학 편입에 도전한 첫해에는 모든 대학에 떨어졌다. 경쟁은 대입보다 치열한데 이 씨에게는 준비할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편입 재수 때엔 상황이 더 나빴다. 무릎 통증은 걷기 힘들 만큼 심해졌다. 힘들게 번 아르바이트비로는 2개월에 수백만 원에 달하는 편입 실기 학원비를 대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체육교사는 내 길이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이 씨가 다시 희망을 찾은 건 지난해 6월 희망플랜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서다. 가장 절실했던 학원비는 물론 가족 외식비까지 지원받으며 편입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이 씨는 올해 1월 대학 체육교육과 3곳에 동시 합격했다. 지난 학기에는 과 수석을 차지했다. 이 씨는 요즘 대학 수업이 끝나면 수영학원으로 달려간다. 내년 체육교사 임용시험 실기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희망플랜 덕분에 놓칠 뻔한 꿈을 다시 꾸게 됐고 ‘열심히 하면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체육으로 아이를 변화시키는 선생님이 되겠다’는 다짐을 꼭 기사에 써달라”고 당부했다. 이유를 묻자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며 수줍게 말했다.

희망플랜 사업은 빈곤의 대물림을 방지하기 위해 빈곤 상황에 놓인 아동, 청소년 및 가구를 찾아내 돕고 있다. 신청 문의는 희망플랜센터(02-2138-5183)와 홈페이지(visionplan.or.kr)로, 후원 문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콜센터(080-890-1212)로 하면 된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희망플랜#이소정#임용시험#저소득층#부모 소득#교육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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