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에도 묵묵히 일만 했는데…” GM 사내하청 근로자의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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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공장 200명 3월 계약만료

사내하청업체 근로자 통근용 ‘다마스’ 한 대가 군산공장 주변에 서 있다. 3월 31일부로 근로자들이 계약 해지되면서 운행을 중단할 예정이다. 한국GM 제공
사내하청업체 근로자 통근용 ‘다마스’ 한 대가 군산공장 주변에 서 있다. 3월 31일부로 근로자들이 계약 해지되면서 운행을 중단할 예정이다. 한국GM 제공

한국GM 군산공장 인근 주차장에는 흰색 다마스 차량이 서 있다. 한국GM이 2009년에 생산한 차량이다. 이 차량은 10년 동안 한국GM 군산공장에서 일하는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을 태우고 다닌 통근 차량이다. 이제 다마스가 근로자들을 태우고 다니는 모습을 더는 볼 수 없게 됐다. 군산공장 폐쇄 결정에 따라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계약이 3월 31일부로 만료되기 때문이다.

5일 현재 군산공장에 있는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는 200명 정도다. 이들은 한국GM 소속이 아니다. 2015년 한국GM 군산공장에 있던 인력을 줄이면서 사내하청업체 직원 1000명을 해고하고 ‘인소싱’(하청업체 업무를 사내 정규직에게 맡기는 방법)했을 때 간신히 살아남은 근로자들이다. 한국GM은 공장 생산성 향상을 위해 이들을 고용했다. 고임금 정규직만으로는 생산성을 끌어올리지 못하다 보니 3개월, 6개월 단위로 외주업체와 근로계약을 맺고 채용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평균 연봉은 3300만 원 정도로 정규직 평균 연봉의 3분의 1 수준이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사실상 한국GM을 먹여 살린 숨은 조력자라고 이야기한다. 임금을 적게 받으면서도 단체행동이나 파업도 없이 일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국GM 차량의 품질을 높이는 데도 노력했다고 호소한다. 2011년 한국GM의 준중형차인 ‘라세티’에서 누수 현상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 자체와 트렁크 등에서 물이 샌 건데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차량에 며칠이고 들어가 누수 원인을 찾아낸 것도 사내하청 근로자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에게 주어지는 보상금이나 위로금 명목의 일시금은 없다. 한국GM이 이런 돈을 줄 의무도 없다. 희망퇴직을 하면 퇴직금을 2억 원 이상 받는 정규직 근로자들과 비교된다. 장현철 사내하청 비상대책위원장은 “정규직 대우를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비정규직과 정규직 문제로 정치화하려는 것도 아니다. 한국GM을 위해 열심히 일한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재도약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신경을 써달라고 호소할 뿐”이라고 말했다. 다마스를 운전한 업체 관계자도 “항상 근로자들을 현장으로 태워다줬던 다마스에게 고마우면서도 눈물이 나더라. 다들 공장에서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이 다른 한국GM 공장에 재취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GM 공장들이 극심한 판매 부진에 빠져 있어 인력을 추가 투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창원공장 판매량(내수 및 수출)이 5년 전보다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창원공장에서는 경차 스파크와 경상용차 다마스, 라보가 생산된다. 이들 모델의 판매량은 2013년 25만 대에서 지난해 15만 대로 떨어졌다. 2013년 판매량 15만 대를 기록한 군산공장이 지난해 3만 대를 판매하면서 결국 문을 닫게 됐다는 점에서 창원공장도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창원공장도 군산공장에 가려져서 그렇지 상황이 여의치는 않다”며 “한국GM의 경영 정상화가 늦어질수록 공장 상황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평공장은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낫다. 부평공장에서 만드는 트랙스, 말리부, 캡티바 등의 판매량은 지난해 34만 대였다. 판매량 최저치를 기록한 2016년(24만 대)에 비하면 판매량이 올라갔다.

창원공장의 지속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활로는 결국 신차 배정이다. GM 본사는 이달 중으로 글로벌 생산시설에 어떤 신차를 배정할지 결정한다. 지난달 한국을 찾은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부평과 창원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콤팩트 크로스오버차량(CUV) 신차를 배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차 배정의 ‘열쇠’ 중 하나인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은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달 28일 열린 제3차 임단협 교섭에서도 노사 양측은 입장차만 확인했다. 노조는 사측에 ISP(본사 파견 외국인 임직원) 임금 공개와 15년간 GM 본사로 흘러간 7조2000억 원 규모의 연구개발비 사용 명세를 요구했다. 이번 주 노사 임단협 교섭이 재개되면 인건비 절감을 위한 각종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엥글 사장도 조만간 한국을 찾아 정부와 한국GM 실사 문제 및 임금 교섭 등의 문제를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한국gm#사내하청 근로자#자동차업계#단체협상#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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