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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과 밥차가 살린 시장…화요일엔 사랑을 퍼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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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과 밥차가 살린 시장…화요일엔 사랑을 퍼드려요

동아일보입력 2013-09-10 03:00수정 2013-09-10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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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함께, 부활 전통시장]<8>기업은행-서귀포매일올레시장
“맛있게 식사하세요” 3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서귀포매일올레시장에서 열린 ‘참! 좋은 사랑의 밥차’ 행사에 참가한 IBK기업은행 서귀포지점 직원들과 시장 상인들, 지역 봉사단원들이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에서 밥차가 열리는 날에는 시장 인근에 사는 70대 이상 노인과 상인 등 250여 명이 몰려든다. 서귀포=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할망 혼저 오십서. 똣똣홀 때 맛있게 드십서(할머니, 어서 오세요. 따뜻할 때 맛있게 드세요).” “잘 먹으쿠다(잘 먹을게요).”

3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서귀포매일올레시장 주차장 주변 공터에 ‘참! 좋은 사랑의 밥차’가 떴다. 사랑의 밥차는 3.5t 트럭 내부에 취사시설과 냉장, 급수설비를 설치해 최대 300인분의 배식이 가능하도록 특수 개조한 급식 차량이다. 사랑의 밥차가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을 찾는 매주 화요일에는 시장이 북적북적하다. 음식 냄새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오전 11시경 시장 한쪽에서 노점상을 하는 할머니들도 잠시 장사를 멈추고 앞치마를 두른 채 밥차로 모여들었다.》

이날은 인근 중앙동 주민자치위원회 소속 민요동아리 회원들이 어르신을 위한 특별 공연에 나섰다. 식사가 시작되기 전 구성진 민요 가락이 흘러나오자 일부는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시키지 않아도 무대로 나와 춤추는 이들도 있다. 잔칫집이 따로 없다.


○ 시장 명물 된 ‘사랑의 밥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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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밥차는 IBK기업은행이 소외된 이웃에게 따뜻한 밥을 전달하기 위해 시작한 사회공헌활동이다. 기업은행은 차량 기증뿐 아니라 급식비와 유류비 등의 운영비를 매년 후원한다. 혹서·혹한기를 빼고 연간 8개월간 운영되며 전국적으로 25대의 밥차가 활동 중이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에서 밥차가 열리는 날에는 시장 인근에 사는 70대 이상 노인과 상인 등 250여 명이 몰려들어 시장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른다. 음식 준비와 배식은 서귀포시자원봉사센터 소속 15개 단체가 돌아가면서 하고 있다.

이날 메뉴는 흑미밥, 오이냉국, 쇠고기볶음, 삼색나물, 김치, 바나나. 음식 재료를 모두 매일올레시장에서 구매한다.

음식 준비와 배식을 담당한 겨를봉사단의 정정화 단장(45·여)은 “밥차가 열리는 날에는 멀리 사시는 분들도 버스를 타고 오실 정도로 인기가 좋다”며 “어르신들이 돌아가실 때 빈손으로 가시지 않고 시장에서 작은 거라도 꼭 장을 봐서 가신다”고 말했다.

추석을 앞두고 열린 이번 밥차 행사에는 기업은행 서귀포지점 직원들도 참석했다. 백성호 지점장 등은 밥차를 찾은 이들에게 일일이 인사하며 추석 선물로 전통시장에서 쓸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을 전달했다.

밥차가 열리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가 꼭 참석한다는 현영자 씨(82·여)는 “시골에서 농사짓는 분들이 밥차에 올 때 호박, 오이 등을 갖고 와서 노점상들에게 팔라고 주고 가기도 한다”며 “나이가 비슷한 또래끼리 밥도 먹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 올레 덕분에 부활한 시장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은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꼭 가볼 만한 곳’으로 꼽힌다. 지금은 주말의 경우 하루 1만5000여 명이 찾는 인기 시장이지만 불과 3, 4년 전만 해도 두 집 중 한 집이 문을 닫았을 정도로 침체된 동네 재래시장이었다. 시장 주변에 크고 작은 할인마트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면서 손님들의 발걸음이 점차 뜸해진 것.

죽어가는 시장을 살린 건 ‘올레’였다. 시장 상인들은 ‘올레’를 제주가 준 귀한 선물이라고 말한다. 원래 이 시장의 이름은 서귀포매일시장이었다. 제주도에 올레길이 생기고 시장이 올레 6코스에 편입되자 상인들은 2011년 이름을 ‘서귀포매일올레시장’으로 바꾸고 문화관광형 시장의 특성을 살려 나갔다.

서귀포매일올레상가조합 최용민 이사장은 “올레길 육성을 부활의 기회로 삼아 제주대 경영대와 손잡고 상인 친절교육을 받고, 아케이드와 수로를 설치했다”며 “시장이 활성화되자 점차 빈 점포가 줄어들더니 지난해에는 11곳이 새로 생겼다”고 말했다.

상인회는 ‘신뢰받는 시장이 되자’는 목표를 세우고 상인들끼리 자체 감시반을 만들어 원산지나 무게 등을 속여서 파는 곳은 없는지 수시로 감찰하고 있다.

편리한 주차시설도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의 자랑거리다. 상인회는 아무리 시장이 좋아도 주차장이 협소하면 마트에 가는 손님을 끌어오기 힘들다고 보고 일찌감치 주차장 시설 확충에 힘썼다. 서귀포매일올레상가조합 현상철 경영지원실장은 “우리 시장을 벤치마킹하러 다녀간 사람이 800명을 넘는다”고 말했다.

▼ 자체 브랜드 날개 단 옥돔-은갈치 전국서 주문 쇄도 ▼

서귀포매일올레상가조합(상인회)은 ‘매일올레시장’이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특화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제주 특산물인 옥돔, 은갈치, 고등어가 대상이다. 대형마트에서 자체 브랜드를 내걸고 기존 상품보다 저렴하게 파는 경우는 많지만 전통시장에서 자체 브랜드를 선보이는 건 드문 일이다. 상가조합은 수협공판장에서 도매가로 특A급 상품을 매입하고 있다. 이를 가공업체로 보내 포장해서 판매한다. 가공업체는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지정을 받은 곳으로 정했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 한팔용 상무이사는 “직접 매입해서 중간 유통마진을 없앴기 때문에 제주도 내 다른 지역보다 평균 1팩(4, 5마리)당 5000원 정도 저렴하다”며 “시장 브랜드를 달고 판매하는 것은 상품에 대해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다.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는 시장’이 되기 위한 시도로 앞으로 전통시장이 나아갈 방향”이라고 말했다. 판매를 시작한 지 몇 달 되지 않았지만 반응이 좋은 편이다. 8월 매출은 2700만 원으로 관광객들이 한 번 사간 뒤 맛이 좋아 택배로 재주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가격은 옥돔 500g, 순살갈치 500g, 고등어살 800g, 참굴비 700g으로 구성된 ‘제주특산물웰빙세트’가 6만5000원. 옥돔 150g짜리 6마리, 갈치 300g짜리 2마리, 고등어살 1kg으로 구성된 ‘올레시장 혼합세트3호’가 8만7000원.

▼ 서귀포올레시장은… 경치 좋은 ‘올레 6길’에 자리잡은 관광시장 ▼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은 제주 올레길 중에서도 경관이 아름답다고 알려진 ‘올레 6길’의 코스에 자리 잡고 있다. 쇠소깍에서부터 이중섭거리, 외돌개까지 이어지는 14km 구간의 올레길을 걷다보면 만날 수 있는 시장이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은 2010년부터 3년간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발전을 거듭했다.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은 지역 역사와 문화 등의 자산을 전통시장의 고유한 특성으로 발굴, 개발하는 사업이다.

시장 인근에 위치한 이중섭거리에는 공예품 공방과 카페, 꽃집 등이 들어서 있다. 이중섭거리에서 이국적 정취를 느끼다가 서귀포매일올레시장으로 들어서면 제주지역 고유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은 지난해 11월 관광객을 위한 ‘글로벌 하우스’를 열었다. 시장에서 구입한 먹을거리를 편안하게 먹을 공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반영해 마련했다.

이처럼 올레 코스와 연계해 적극적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노력을 한 결과 일일 매출액과 방문객이 급증했다. 2009년 7000만 원이었던 일일 매출액은 지난해 1억4000만 원으로, 방문객은 6600명에서 1만3000명으로 늘었다.

시장 관련 상담 및 문의


△ 동아일보 기획특집팀 02-2020-0636 changkim@donga.com
△ 시장경영진흥원 02-2174-4412 jammuk@sijang.or.kr

서귀포=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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