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카드사 5곳에 계약해지 통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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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일방적 인상 수용못해”… 신한카드 등 10일부터 가맹 종료
소상공인 도우려 기업들에 부담, 대한항공-이마트 등도 이의 제기


현대자동차가 카드사의 수수료 인상 강행에 맞서 10일부터 신한카드 등 5개 카드사와 가맹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항공 유통 통신사 등 다른 대형 가맹점도 수수료 인상에 반발하고 있어 소비자 불편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4일 현대차 관계자는 “카드사와 계약 해지를 피하기 위해 수수료 인상에 대한 근거자료를 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3월 1일부터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원론적 답변만 들었다”며 “결국 신한 KB국민 삼성 롯데 하나카드 등 5개사와 10일부터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아차도 11일부터 이들 5개 카드사와 계약을 해지한다. 현대·기아차는 BC카드 NH농협카드 현대카드 씨티카드 등 4곳과는 기존 수수료를 유지하면서 인상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는 카드사들의 인상안(1.8%→1.9%대로 0.12∼0.14%포인트 인상)대로라면 연간 300억 원 이상 추가 부담이 생긴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현대차의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률이 1.4% 수준이고 한국GM, 쌍용차는 영업이익이 나지 않는 적자 회사인데 연간 수백억 원에 이르는 카드 수수료까지 추가 부담하라는 것은 가혹하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가맹 계약을 해지해도 소비자는 해당 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 카드사들은 공동 결제망을 사용하고 있어 현대차 대리점이 계약이 해지된 카드로 결제를 진행해도 해지되지 않은 다른 카드사의 결제망을 통해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는 무이자할부나 마일리지 적립 등 카드사가 주는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번 수수료율 갈등은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주도한 ‘카드 수수료 개편 방안’으로 촉발됐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커지자 정부는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를 줄여주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 대신 금융당국은 카드사의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연 매출 500억 원 이상인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올릴 여지를 남겨뒀다. 올해 1월 주요 카드사는 자동차 항공 통신사 유통사 등 대형 가맹점 2만3000여 곳에 3월 1일부터 수수료를 인상한다고 통보했다.

대형 가맹점들은 “많이 쓰는 측에 할인 혜택을 주는 게 시장원리에 맞지만 시장논리가 아닌 정치논리로 카드 수수료율을 해결하려다 보니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 사이에 갈등만 유발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소상공인 지원 부담을 대형 가맹점에 전가시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롯데백화점 이마트 통신3사 등도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카드사에 이의 제기 공문을 보낸 상태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이 서로 ‘폭탄 돌리기’를 하는 사이 피해는 소비자가 입을 것”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은 카드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달 19일 대형 가맹점과 카드사 사이 수수료율 분쟁의 조짐이 보이자 윤창호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은 “대형 가맹점이 (카드사에)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를 요구하면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현수 kimhs@donga.com·김형민·신동진 기자
#현대차#카드계약 해지#수수료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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