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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발생 즉시 병원名 공개… 환자거주 洞까지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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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발생 즉시 병원名 공개… 환자거주 洞까지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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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메르스를 막아라]<1>방역시스템 체질 개선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는 한국 사회의 해외발(發) 감염병에 대한 위기의식과 대처 능력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밑바닥까지 보여줬다.

보건당국과 보건의료계에서는 “메르스 정도여서 다행이었다”는 안도까지 나온다. 메르스보다 위험성이 높은 에볼라나 라사열 같은 출혈열성 감염병 확산 사태가 터졌다면 훨씬 더 상황이 심각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글로벌 시대에 해외발 감염병의 유입은 피할 수 없는 만큼 이번 사태를 ‘감염병 예방 및 대응 로드맵’을 마련하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질병관리본부와 감염병 예방 시스템 강화 시급

제2, 3의 메르스 사태를 예방하는 데 가장 필요한 조치로 꼽힌 건 ‘질병관리본부의 기능 확대’(54.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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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방역을 지휘하는 정부 내 감염병 담당 조직부터 권한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진석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국가 방역체계와 의료체계가 감염병에 얼마나 부실하고, 쉽게 붕괴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줬다”며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하지 않으면 제2, 3의 메르스 사태가 터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를 위해서는 꾸준히 지적되어 온 것처럼 질병관리본부의 △고급 인력과 전문성 부족 △적은 예산 △허약한 지휘권 등의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특히 질병관리본부의 역량을 키워 평소에도 해외 감염병에 대한 대책 수립과 연구를 진행하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 다인실 중심 병동 개선 필요

‘의료진과 병원의 감염병 예방 시스템 강화’(45.7%)와 ‘다인실 중심의 병동문화 개선’(34.3%)도 메르스 사태의 재발을 막는 데 필요한 조치로 꼽혔다.

다양한 종류의 환자들이 별도의 조치 없이 방치돼 있는 응급실, 기본적인 감염 예방 조치도 지키지 않는 병원 시스템이 메르스 확산을 유발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여러 환자가 함께 머무는 다인실 역시 얼마나 감염병에 취약한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세계보건기구(WHO) 메르스 조사단은 한국 대형병원에서 다인실 병동이 차지하는 높은 비중에 놀라며 보건당국에 심각성과 개선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김지은 한양대 구리병원 교수(감염내과)는 “그동안 우리는 다인실 위주의 병실 운영 정책 때문에 1인실이 부족했다”며 “정부도 감염 관리에 대한 투자 측면에서 1인실 병실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전문병원협의회에선 보호자가 아닌 간호사가 환자를 돌보는 ‘포괄간호서비스제도’ 활성화를 감염 방지 대안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감염병 확산 막으려면 정보 공개가 중요

메르스 사태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병원’과 ‘환자’ 관련 정보 공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공개’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했다. 메르스 감염자들 중 상당수가 증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자유롭게 활동한 원인 중 하나는 병원명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병원명을 즉각 공개했다면 감염자 중 많은 수는 증세를 느낄 때 ‘보건당국에 대한 신고’나 ‘자체 격리’ 등의 조치를 취했을 수 있다는 것. 이 과정에서 추가 감염자와 격리 대상자 역시 줄어들 수 있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병원명 공개’에 대해 80%가 ‘초기에 이루어졌어야 했다’고 답했다. 또 이번 사태를 키운 가장 큰 원인으로도 ‘뒤늦은 병원명 공개’(48.6%)를 꼽았다.

환자 정보의 경우 거주하는 지역의 ‘동’, 다녀간 장소의 구체적인 이름까지 밝혀야 한다는 의견이 42.9%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성별, 나이, 거주 도시 정도까지 밝혀야 한다는 의견이 22.8%로 많았다. 이번 메르스 사태 때 보건당국이 성별과 나이만 공식적으로 밝힌 것과는 큰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 메르스 사태의 핵심은 보건당국의 역량 부족

이번 메르스 사태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뒤늦은 병원명 공개(48.6%) △보건당국의 안이한 전망(42.9%) △보건당국의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뒤늦은 조사(34.3%) 순으로 답변이 나왔다. 모두 보건당국의 부실한 조치 및 역량 부족과 관련된 사항들이다.

한편,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주요 섹터(정부, 국민, 병원)의 대응 수준에 대해 전문가들은 “모두 낙제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10점 만점 기준으로 △정부 평균 4.6점 △국민 5점 △병원 5.6점이었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메르스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WHO 권고에 너무 의존해 대응한 것이 가장 큰 실패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 “ICT 활용 보건위기정보망 구축 전문가-국민 소통창구 만들어야” ▼

메르스 사태에서 배울점은

전문가들은 메르스 사태를 두고 보건당국의 업무 조정 능력과 소통 미흡을 가장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반면 의료진의 헌신적인 진료와 시민의 협조는 인상 깊었다고 평가했다.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질병관리본부장이 질병 통제의 핵심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한다는 느낌이 적었다. 교육부의 학교 휴업 조치로 사회 혼란이 가중됐는데도 복지부의 각 부처에 대한 업무 장악력은 부족한 듯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도 혼선을 부추겼다. 전 교수는 “서울시장이 (긴급 브리핑을 통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협력체계가 잘 안 되고 있다는 인식을 제공했고, 이후 각 지자체가 우후죽순처럼 확인되지 않은 자료를 근거로 발표해 통제의 일관성이 결여됐고 혼란이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는 전문가를 경시하는 세태를 드러냈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최고 전문가가 컨트롤타워가 돼 모든 걸 판단하고 지휘해야 하는데, 질병관리본부엔 예산도 인력도 없고, 본부장이 힘도 없다. 그런데 어떻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보건당국의 소통 부족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이영성 충북대 의대 교수는 “(정부와 의료계 등) 당사자 간 정보 공유는 물론이고, 전문가 단체가 국민에게 (메르스 관련) 지침을 내놓는 것도 빨리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공중보건위기대응 긴급연구정보망시스템’을 구축해 전문가 네트워크를 만들고,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를 활용해 국민과 소통하며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메르스 사태에서 우리 사회의 희망도 발견했다. 이상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본부장은 “(전북) 순창의 마을 주민 모두가 합심해 메르스를 이겨낸 성공 사례는 지역사회의 규범이 문제 해결에 얼마나 큰 가치를 발휘하는지 보여줬다. 전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사례다”고 평가했다. 최정현 인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선 의료진의 헌신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설문에 답해주신 전문가 (가나다순)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메르스위원장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김윤정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김지은 한양대 구리병원 감염내과 교수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박성학 가톨릭대 호흡기내과 명예교수 △배종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 △백혜진 한양대 광고홍보학부 교수(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장) △서동우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 △성백린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 △손창환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신상도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신영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전문위원(전 국립보건원장) △양재명 서강대 생명공학과 교수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유형준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내과 교수 △이국종 아주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이상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본부장 △이영성 충북대 의대 교수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이진석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임현술 동국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 △정영철 광운대 법대 교수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 △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천병철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 △최정현 인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 △하은희 이화여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홍두호 마음복지관 사무국장(전 가천의대 의학교육실 교수)

이세형 turtle@donga.com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
이샘물 evey@donga.com·박은서·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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