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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인간 기생충[오늘과 내일/김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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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인간 기생충[오늘과 내일/김광현]

김광현 논설위원 입력 2020-02-13 03:00수정 2020-02-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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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회적 불평등 메시지 던져 반향
양극화 해소 노력하되 과장은 자제해야
김광현 논설위원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더구나 ‘기생충’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아니다. 그렇다고 ‘배트맨’이나 ‘겨울왕국’ 같은 판타지 영화도 아니다. 작년 말 뉴욕타임스는 ‘기생충’을 올해의 영화로 꼽았다. “반지하와 대저택은 현대사회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장소로 어디서든 벌어지고 있는 계급투쟁에 대한 교훈을 전하고 있다”는 평을 달았다. 사실 그대로는 아니지만 현실적인 내용이라는 말이다.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 각본상을 수상한 데는 영화가 던지는 사회적 메시지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평론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바로 경제적·사회적 불평등 문제다.

먼저 불평등에 대한 ‘인식’이 어떤가를 보자. 아카데미상을 선정하는 미국의 분위기부터 보자. 올해 초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43%가 ‘이런저런 형태의 사회주의가 좋은 것’이라고 응답했다. 작년 카토연구소 조사도 비슷하다. 사회주의에 대한 호감이 39%, 비호감이 59%였다. 18∼29세 청년층은 사회주의에 대한 호감이 50%로 자본주의에 대한 호감 49%보다 높았다. 현대 자본주의 대표주자 격인 미국의 여론이라는 점에서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이는 자칭 사회주의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어제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지지율 선두를 차지한 배경이다. ‘기생충’이 최근 흑인 등 소외계층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아카데미상 심사단과 젊은 관객들에게서 큰 반향을 일으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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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역시 사회주의에 대한 통념이 과거와는 달라지고 있는 것은 확연해 보인다. 법무부 장관을 하겠다며 인사청문회에 나선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나는 자유주의자이면서 사회주의자”라고 할 정도는 됐다.

주관적 ‘인식’과는 별도로 불평등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은 어떨까. ‘기생충’이 골든글로브에서 수상한 직후인 올해 1월 블룸버그통신은 ‘기생충이 놓친 한국의 현실’이란 기사를 실었다. “‘기생충’은 한국의 불평등이 브라질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시아판으로 묘사했지만 그 정도는 아니다”라며 몇 가지 근거를 들었다.

대표적인 경제적 불평등 관련 지표인 지니계수는 한국이 0.32로 아시아에서 동티모르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치, 즉 가장 평등한 수준이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보다 낮다. 최하위 20%의 소득 대비 최상위 20%의 소득은 5.3배다. 남아프리카공화국 28배, 미국 9.4배보다 낮다. 일본, 호주, 이탈리아보다 양호하고 프랑스나 독일과 비슷하다. 상위 1%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한국이 12.2%로 미국 20%, 브라질 28%보다 많이 낮다.

정부 자료에서도 인식과 사실의 괴리가 잘 드러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9년 한국인 의식조사’에서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생각한다는 비율이 34.6%였다. 통계청 조사로는 중위소득 50∼150%에 속하는 가구 비율이 전체의 58%로 많은 차이를 보였다.

영화가 현실과 같을 필요가 없음은 물론이다. 한발 더 나아가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따질 것 없이 인식과 현실의 괴리가 점점 더 벌어지고,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에 불만이 갈수록 높아진다는 현상 자체가 또 하나의 ‘팩트’다.

이번 ‘기생충’의 영화적 성취는 우리 사회를 지속가능한 사회로 만드는 데 더 많은 노력과 관심을 기울이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부의 생산에 누가 더 많이 기여를 했든지 간에 분배로서의 정의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그와 동시에 실제보다 더 부풀려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심리적으로 더 불행하게 만들고 사회적 분열을 부추겨 반사이득을 취하려는 ‘인간 기생충’의 준동도 함께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
#아카데미 시상식#기생충#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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