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벼랑끝 선거법 대치… ‘4+1’ 강행처리하면 의회정치도 죽을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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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시작된 임시국회에서 본회의가 열리지 못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 상정이 무산됐다. 자유한국당이 신속처리안건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막기 위해 임시국회 회기결정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억지 주장”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민주당은 한번 무제한 토론한 안건은 다음 회기 때 토론 없이 의결해야 하는 규정을 활용해 짧은 임시회를 여러 차례 개최하는 ‘쪼개기 임시회’를 추진했다.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선거법 개정안은 일단 ‘4+1’ 협의체가 4월 만든 원안이다.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에 연동률 50%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의원정수 확대가 국민 반대로 불가능해지자 지역구 감축에 반발하는 의원들을 고려해 지역구 250석, 비례대표 50석으로 하는 수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정당 득표율에 연동해 배분하는 비례대표 의석수를 놓고 ‘4+1’ 협의체 내부에서도 의견 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당초 신속처리안건 지정 시 강조했던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수 배분’이라는 원칙이 무색해지고 여당과 군소야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지분 나눠먹기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선거법 협상은 처음부터 비정상적으로 출발했다. 국회 협상은 전통적으로 20석 이상의 교섭단체 중심으로 이뤄져왔다. 그러나 이번엔 아무런 법률적 근거도 없는 임의 기구인 ‘4+1’ 협의체가 밀실 협상을 벌여왔다. 제1야당과 바른미래당 유승민계는 논의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이해관계가 맞는 정당끼리 담합해 특정 정당을 배제한 상태에서 신속처리안건으로 주요 입법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오만한 행태가 되풀이될 수 있을 것이다.

‘4+1’ 협의체는 앞으로 선거법 처리 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수(數)의 힘으로 협상의 정치를 짓뭉개려는 것이다. 민주화를 정치적 자산으로 삼고 있다는 여당이 반민주적인 수의 정치를 강행하는 것은 자기모순이자 있을 수 없는 역설이다. 한국당도 무조건 반대보다 협상을 통해 절충점을 모색해야 한다. 여야는 마지막까지 제대로 협상을 벌여야 한다.
#임시국회#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필리버스터#공직선거법#4+1 협의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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