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교수의 TV워치]KBS 케이블채널 신설로 또 몸불리나

  • 입력 2006년 4월 1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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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거든 떫지나 말지. 공영방송 KBS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분간하지 못해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공영방송으로서 공신력을 회복하는 데 온 힘을 쏟아도 부족한 때에 KBS는 정작 해야 할 일은 외면하고 문어발 확장에만 집착하고 있다.

방송은 그 기술적 차이에 따라서 KBS와 같은 지상파방송, 케이블TV, 위성방송, 내 손안의 TV라고 할 수 있는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 그리고 인터넷 방송 등으로 나뉜다. 신매체는 더 많은 채널을 더 선명한 화면으로 보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기술의 산물이다.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면 기존 미디어와 보완적 관계로서 초기에는 어느 정도 ‘보호’가 필요하다. 이른바 매체의 균형 발전 정책이다.

KBS가 케이블TV의 채널 하나를 추가로 신설하고자 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KBS는 ‘이플러스’라고 하는 가족 채널의 신설을 방송위원회에 신청하였다. 명분은 뉴미디어 방송의 공익성 구현이다. “KBS의 공영성 높은 브랜드 파워와 건전한 가족 대상 프로그램을 통해 공익성을 강화하고, 방송의 순기능을 수행하고자 한다”고 사업계획서는 밝히고 있다. 그러나 명분과 현실 사이에는 괴리가 너무 크다.

첫째, 지난해 국세청으로부터 과징수된 세금을 돌려받지 않았더라면 수백억 원대의 적자가 불가피했을 만큼 방만한 경영을 해 온 KBS는 조직의 확대보다는 다운사이징(downsizing)이 당면 과제이다. 조직을 슬림화하고 인력을 줄여서 경영 효율성을 높여야 할 때에 채널을 하나 더 늘린다는 것은 옳지 않다.

둘째, KBS는 2년여 전에 ‘가족오락채널’의 신설을 꾀한 바 있다. 명분은 가족애와 효사상의 고취였다. 이 정도의 목적이라면 지상파TV의 낮방송 시간으로도 충분하다.

셋째, 가족채널 신설은 건전한 가족문화 형성에 기여하겠다는 것인데, 오히려 TV 매체는 가족 간의 대화 단절을 가져온다. 또 독서 등 건전한 여가활동도 가로막고 있으며, 심신 건강을 위한 ‘참여 스포츠’를 ‘관람 스포츠’로 바꾸어 놓고 있다. 그런 뜻에서 TV는 반가족적이다.

넷째, KBS의 브랜드 파워가 매체의 균형발전을 해친다. KBS는 케이블의 일반 채널사용사업자(PP)에 비해서 높은 자본력, 훈련된 인력, 그리고 확보된 콘텐츠를 갖고 있다. 불공정거래를 유발하기 쉽다.

다섯째, 케이블TV는 10년여 사이에 크게 성장했다. 시청 점유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KBS 등 지상파 4사가 케이블을 거의 점령하고 있다. 곧 지상파 TV가 직영하는 10개의 PP가 금년 2월 기준으로 케이블TV의 시청점유율 33%를 점하고 있다.

여섯째, KBS는 공영방송이다. 국가 기간방송이 유료 TV라고 하는 상업영역에 진출하는 것은 부당하다.

일곱 번째, 지상파TV의 케이블 채널은 콘텐츠 진흥보다는 ‘재탕방송’에 머물고 있다.

국민 신뢰 회복, KBS의 생명이다.

김우룡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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