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환법 반대’ 시위대·경찰 또 충돌…홍콩 반환 22주년 행사 ‘파행’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1일 16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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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 게양 행사 광장에서 시위대와 경찰 충돌해
시위대 일부, 정부 청사 안 입법회 건물 진입 시도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逃犯條例·송환법)’ 반대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면서 홍콩 주권 반환을 기념하는 행사가 1997년 이후 처음으로 실내에서 열렸다.

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 AP통신 등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이날 오전 홍콩 도심에 위치한 컨벤션센터에서 캐리 람 행정장관을 비롯한 홍콩 정치인과 중국 정부 대표단 등이 참여한 가운데 제22주년 홍콩 주권 반환 기념식을 열었다.

홍콩 정부는 매년 7월1일 중국과 영국이 1997년 주권 이양식이 열린 골든 보히니아광장에서 내외빈을 초청한 가운데 국기 게양식 행사를 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내외빈들이 현장이 아닌 환영행사가 열리는 컨벤션센터 실내에서 방송 생중계로 국기 게양식을 지켜봤다. 국기 게양식 행사가 실내에서 진행된 것은 홍콩 반환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홍콩 정부는 악천우 때문에 일정을 변경했다고 발표했지만 외신들은 이날 송환법 반대 시위대를 감안해 장소를 바꾼 것이라고 분석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국기 게양식을 저지하자는 주장이 제기됐고, 실제 시위대들은 이날 오전 3시께부터 행사장인 골든 보히니아광장 일대에 모여들어 바리케이드를 치는 등 경찰과 대치했다. 홍콩 경찰은 지난달 25일부터 시위대가 국기 게양식을 방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골든 보히니아광장을 봉쇄하고 있었다. 일부 시위대는 송환법에 반대하는 의미로 검은색 홍콩특구 깃발을 내걸기도했다.

경찰이 국기게양식을 앞두고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후추 스프레이와 곤봉, 진압용 방패 등을 동원하면서 부상자가 발생했다. 경찰도 13명 가량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송환법을 강행했다가 시위대에게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도 시민의 목소리를 잘 수렴하겠다면서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번 사건(송환법 반대시위)은 제게 정치인으로서 민심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며 “정부의 업무가 공동체의 열망, 정서, 의견에 더 가깝고 잘 반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람 장관은 이날도 송환법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컨벤션 행사장에서도 민주파 의원인 헬레나 웡이 람 장관의 사퇴와 송환법 철회를 외쳤다가 보안 요원들에게 강제로 끌려 나가기도 했다.

이밖에 송환법 반대 시위대는 이날 오후 3시께 중앙정부 청사 내 입법회 건물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홍콩 경찰은 후추 스프레이 등을 이용해 해산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이후 해산 불응시 무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1997년 영국에게 홍콩의 주권을 돌려받으면서 적어도 50년간 2047년까지 일국양제를 보장했지만 람 장관 취임 이후 중국화가 가속화되면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람 장관은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지 않은 중국 본토와 대만, 마카오 등 국가와 지역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송환법을 강행하려다가 홍콩 시민의 반발에 밀려 관련 논의를 무기한 보류한 상태다.

하지만 시위대는 송환법의 공식적인 철회와 람 장관의 사퇴, 12일 시위 유혈 진압 책임자 처벌과 진상조사, 구속자 석방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홍콩 주권 반환일을 앞두고 홍콩 교육대생 뤄샤오옌은 전날 송환법의 완전한 철회를 요구하며 투신 자살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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