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황교안 리더십’이 승패 가른다”

  • 신동아
  • 입력 2020년 1월 24일 10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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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총선 가를 5大 키워드
● ‘야권 분열=필패’…중도보수·무당층 흡수가 관건
● 보수통합·혁신공천이 관건…결국 黃에 달려
● ‘좌파독재 심판’은 구체적 이익, 수권 능력 못 보여줘
● 北風은 文 지지율 ‘날개’, ICBM 발사하면 ‘역풍’
● 초접전 수도권, 만 18세 유권자 표심 향배 주목
● 여당 ‘주류교체론’, 야당 ‘정권심판론’ 무력화하나
● 위성 비례정당, ‘꼼수’냐 ‘불가피한 선택’이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월 2일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새해 국민들께 드리는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월 2일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새해 국민들께 드리는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말 많고 탈 많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019년 12월 27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어쨌든 여야는 4·15 총선으로 향하고 있다. 여당은 새로운 인재 영입으로 선거 분위기를 띄우고, 야당은 보수통합을 향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선거 연령도 만 18세로 낮춰지면서, 현재 고3 학생 중 2002년 4월 16일 이전에 태어난 학생(14만여 명)의 선택도 관심사다. 정국은 건곤일척 한판 승부, 정권 심판이냐 야당 심판이냐를 놓고 4·15 총선으로 빨려들고 있다.

○ 01 황교안 리더십

총선 주도권은 주로 야당이 가진다. 총선은 집권여당에 대한 중간평가이기 때문이다. 집권 3년차인 여당에 대한 평가는 이미 유권자 마음속에 내려져 있다. 북풍(北風)과 18세 유권자 표심이라는 변수가 있긴 하지만 큰 흐름을 바꿀 사안은 아니다.

우선, 지난 2년간 여론의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리얼미터 조사를 기준으로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2018년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 직전 6월 2주차 조사에서 57.0%, 2019년 1월 2주차에선 40.1%, 2020년 1월 첫 주 발표에선 41.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반면 야당인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같은 시기에 각각 17.6%, 23.9%, 32.9%였다. 지난 지방선거와 비교해 보면 민주당은 무려 15% 정도 하락했고, 반면 한국당은 15% 정도 상승했다(그림 1).

민주당 지지율 40%는 큰 변수가 없는 한 총선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2019년 연말 새해예산안, 연동형 비례대표제,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 대형 이슈들이 부딪혔지만, 여론의 흐름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반면 한국당 지지율은 아직 상승 여지가 남아 있다. 2018 지방선거 이후 집권 여당에 실망해 빠져나온 중도 표심이 한국당으로 완전히 돌아서지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러한 중도 표심 흡수 여부가 관건이다.

야당 처지에서 선거는 무조건 1: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대한민국 선거에서 야권 분열은 곧 필패였다. 따라서 보수 지지표를 분산시키지 않으려면 보수통합이 우선이다. 한국당이 거리를 떠돌고 있는 중도보수와 무당층의 표심을 흡수하기 위해선 보수통합과 혁신 공천이 핵심인데, 이를 이끌어낼 수 있는 주체는 결국 황교안 한국당 대표이고 그의 리더십이다.

가장 큰 관건은 공천 혁신을 통한 인재 영입이다. 총선은 결국 누구를 내세우는지에서 판가름 난다. 통합도 인재 영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다. 1996년 김영삼(YS) 정부 말기에 치러진 제15대 총선에서 당시 신한국당은 이재오·김문수 등 좌파운동권과 검사 출신 홍준표, SBS 앵커 출신의 맹형규 등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했다. 보수연합당의 구태 이미지를 일거에 반전시켰고, 선거는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했던 신한국당 승리로 마무리됐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으로 위기에 처했던 2004년 제17대 총선.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를 중심으로 천막당사를 꾸리고, 전여옥·진수희·박형준·박세일·박재완 같은 전문가 그룹을 대거 영입하며 121석으로 선방했다.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는 ‘100석도 못 건진다’는 예측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차기 권력 1순위 박근혜를 앞세워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면서 과감하게 혁신했다. 김종인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한 뒤 경제민주화 이슈도 선점했다.

당시 민주통합당은 이슈를 주도하지 못했다. 그저 정권심판론에 기대어 중량감이 떨어지는 한명숙 당 대표 주도로 네거티브로 일관했다. 네거티브 전략은 상대에 상처를 내 이탈한 중도 유권자의 투표를 포기하게 할 수는 있지만 나를 지지하게 만드는 힘은 없다. 당시 유권자의 마음을 끌어올 포지티브 요소는 거의 전무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한국당은 어떤가. 2004년의 쇄신도, 1996년의 인재 영입도 난망하다. 한국당은 현재까지로만 보면 19대 총선의 민주통합당 모습과 유사하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쇄신, 보수통합, 혁신공천인데, 100일도 남지 않은 기간에 과연 황교안의 리더십이 이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가 이번 총선 결과를 가를 최대 분수령이다. 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혁신통합위원회를 구성하고 통합을 천명했지만, 통합 과정에서 ‘공천 지분 요구’ ‘탄핵 책임론’ 등 갈등을 조율하는 역할도 황 대표의 몫이다.
2019년 9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19 정책페스티벌’ 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악수하는 사진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2019년 9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19 정책페스티벌’ 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악수하는 사진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02 북풍(北風)

1월 2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새해에는 개성공단도 열고 금강산도 열고 철길도 열어 담대한 민족의 여정을 다시 시작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평화세력 승리론’ 화두를 던진 셈이다.

‘북풍’은 대한민국 선거에서 지역주의와 더불어 여전히 상수다. 21대 총선에서 정당지지도보다 중요한 것은 국정지지도다. 총선은 정권의 중간평가다. 야당은 정권심판론이 먹혀야, 여당은 이를 막아야 성과를 낼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정권심판론을 방어할 수 있는 방어 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총선 전에 남북 정상회담을 열고, 복지예산을 투하하고, 야당 심판 프레임을 강화하는 거다. 이 중 가장 임팩트 있는 게 북풍이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는 혁신 없는 한국당에 대한 심판이기도 했지만, 9년간 남북관계를 일촉즉발의 상태로 경색시킨 데 대한 책임을 묻는 선거이기도 했다. 선거를 한 달여 앞둔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5월 26일 통일각 2차 정상회담, 지방선거 투표일 하루 전인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등 시종일관 ‘북풍’이 불어 한국당은 완전히 ‘녹다운’됐다. 대한민국 야당 선거 사상 최악의 참사를 맞게 된다.



북풍과 국정지지도는 직접 맞물려 있다. 한국갤럽의 국정지지도 추이 조사를 보면, 집권 초 81%까지 기록했던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평창동계올림픽 남북단일팀 불공정 시비 등으로 2018년 2월 65%로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4·27 남북 정상회담 시기에 72%로 올라간 긍정 평가는 5·26 남북 정상회담 시기엔 77%,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 76%까지 치솟는다.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공약 철회, 경제침체 등으로 2018년 9월 첫 주 50%선이 붕괴됐지만 9·18 평양 남북 정상회담 이후 10월 2주 조사에서는 다시 65%까지 높아진다. 또한 2017년 8월 29일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재개(2019년 5월 4일)되기 전 북한과 긴장 분위기에 있던 2019년 3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처음 크로스(부정 45%, 긍정 44%)가 일어났다. 남북관계와 국정지지율은 불가분의 관계다(그림 2).

문 대통령이 ‘삶은 소대가리’라는 치욕적인 비난을 들어가면서 북한에 경제 지원을 계속 시도하는 것은 남북 대화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시도로 읽힌다. 세 번의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회담에도 북한은 미사일 도발을 재개하며 다시 경색 국면으로 전환됐지만, 남북 및 북미 관계에 진전이 보이면 국정지지율은 상승할 거라는 기대감도 엿보인다. 다만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라는 ‘레드라인’을 넘어 도발하면 오히려 문 대통령 책임론으로 돌아설 여지가 있다.

03 18세 유권자의 표심

21대 총선은 만 18세 유권자가 참여하는 최초의 선거다. 18세 투표권 허용은 지난 1997년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선거공약이었다. 19세에게 첫 투표 참여를 허용한 2007년 대선 이후 13년 만에 18세에게도 투표권이 허용됐다.

2019년 12월 말 기준 만 18세 유권자의 숫자는 55만8700명이다. 한 선거구당 평균 2200명 정도다. 지난 20대 총선 19세 투표율 53.6% 기준을 적용하면, 한 지역당 대략 1180여 명 된다. 이 중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등록 기준 2002년 4월 16일 이전 출생자는 14만여 명이다. 지난 20대 총선 1, 2위 간 1000표 미만으로 승부가 갈린 선거구는 총 13곳인데, 이런 ‘초접전’ 지역에서 18세 표심은 변수가 될 것이다.

지난 2002년 제16대 대선 당시 20대(19세 포함)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의 25.2%였지만, 2018년 지방선거 땐 17.4%였다. 16년 만에 무려 7.8%가 줄었다. 반면 60대 이상 유권자는 15.5%에서 25.2%로 무려 9.7% 늘었다. 18세 투표권은 초고령화 사회에서 무너진 세대 간 균형을 맞춘다는 데 의미가 있다. 투표는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행위인데, 청소년의 미래가 다수 고령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은 아무래도 모순이 있다.

그러나 우려되는 바도 없지 않다. 학교에서 정치와 민주주의 교육을 받는 서구 학생들과 달리 한국의 학생들은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받아왔다. 더구나 한국 정치의 ‘진영화’로 인해 정치 왜곡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18세 표심이 어느 당에 유리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린다. 다만 현재 투표권이 있는 19세와 20대의 정치 성향과 비슷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2019년 12월 28~30일 SBS가 입소스에 의뢰한 조사에서, 20대(19세 포함) 정당지지율은 민주당 32.8% 한국당 20.3%였고, 국정수행평가는 긍정 평가가 43.3%, 부정 평가가 47.5%였다(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16명 조사. 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한국지방신문협회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한 신년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39.7%, 한국당 25.5%였지만, 국정수행평가는 긍정 46.5% 부정 49.2%였다(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만2명 조사. 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에 ±1.0%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민주당을 더 지지하지만 국정평가엔 전반적으로 부정적이다. 무당층 비율도 높다. 야당심판론과 정권심판론이 18세에 어떻게 받아들여질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04 프레임 : 주류교체론 VS 정권심판론

1월 2일 민주당 신년 첫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인영 원내대표는 사회 패권세력 교체를 위한 ‘주류교체론’을 들고 나왔다. 지금까지 민주당 프레임은 국정 발목 잡는 ‘보수야당심판론’이었다. 역대 총선에서 야당심판론이 나온 것은 이번 총선이 처음이다. 그런데 또다시 ‘주류교체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집권여당은 소극적 쇄신책이 아니라 오히려 공세를 취하고 있다.

‘주류’의 추억은 2002년 제16대 대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2월, 당시 유력 대선주자였던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마이니치신문 기자가 “2002년 대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우리 사회를 지배해 온 ‘메인스트림’들이 2002년 선거에서 새로운 판단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라고 답해 ‘주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DJ정부 청와대는 이를 ‘계층 불화 조장론’으로 간주하고 반박에 나섰다.

그런데 이 메인스트림 발언은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패배의 씨앗이 된다. 당시 민주당 후보 선출을 위한 광주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서민후보’ 노무현이어야 ‘귀족후보, 특권층 후보’ 이회창을 무너뜨릴 수 있다”며 목청을 높였다. 노 후보는 DJ의 상징인 광주 경선에서 37.9%라는 높은 득표율로 대세를 장악하며 경선에서 승리했다. 이회창 후보에 대비되는 ‘서민후보’ 프레임은 경선뿐 아니라 대선에서도 위력을 발휘해 결국 대권도 잡았다.

새해부터 화두를 던진 ‘주류교체론’은 야당의 ‘정권심판론’을 무력화할 수 있는 강력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문재인 정부 경제 실정을 국정과 개혁에 발목 잡는 ‘적폐 주류’ 탓으로 돌려 세울 수 있다. 주류청산론은 문재인 정부 최대 어젠다인 ‘적폐청산’과 ‘친일청산론’, 조국발(發) 검찰개혁과 궤를 같이하기 때문에 충분히 재점화가 가능하다.

노론, 친일파, 보수는 한 뿌리라는 ‘300년 노론집권론’ ‘친일청산론’ 같은 역사 청산론은 진보층과 여당 일각, 진보 유튜브에서 꾸준하게 제기된 이슈들이고, 진보층 내에서 광범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진보, 좌우의 골은 그 어느 때보다 깊어져 있다. 21대 총선은 그 어느 때보다 거센 진영 간의 대결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 중론이다.

진보가 문화권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공중파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주류교체론’은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지난 20대 총선은 청와대 개입 공천으로 한국당의 신뢰가 급격하게 무너졌고, 지난 4년간 보수당이 보여준 모습은 그것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 주류교체론이 확산될 수 있는 토양은 비옥하다.

지금까지 선거에서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여당의 보수야당심판론, 주류교체론이 먹혀들 것인지, 야당의 전통 프레임인 정권심판론이 먹혀들 것인지는 오직 한국당의 쇄신과 혁신 공천에 달려 있다. 혁신과 인재 영입이 얼마나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지에 따라 중도층과 문재인 정권에 실망해 빠져나온 무당층들이 투표를 포기하지 않고 한국당으로 돌아올지 알 수 있다. 현재 한국당이 제기하고 있는 ‘좌파독재심판론’은 이념화돼 있는 지지층 일부를 만족시킬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가면 패배는 불 보듯 뻔하다. 중도 표심은 구체적 이익, 수권 능력을 보지 이념적이지 않다.

*2019년 12월 26일 리얼미터 여론조사 기준
*한국당 비례정당 창당 시 한국당 지지자가 지역구에서는 한국당 후보를, 정당투표에서는 비례정당 후보를 찍는다고 가정
*바른미래당은 유승민계 의원 8명 탈당 전 기준
*2019년 12월 26일 리얼미터 여론조사 기준 *한국당 비례정당 창당 시 한국당 지지자가 지역구에서는 한국당 후보를, 정당투표에서는 비례정당 후보를 찍는다고 가정 *바른미래당은 유승민계 의원 8명 탈당 전 기준
05 위성 비례정당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 누더기가 된 채 통과됐다.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이 여기에 해당된다. 한국당은 ‘비례한국당’이라는 ‘위성정당 카드’로 연동형 비례대표를 방어하다가 관철하지 못했지만 위성정당을 현실화하기로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월 13일 ‘비례 ??당’ 명칭 사용을 불허했지만 한국당은 다른 명칭을 사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를 두고 ‘꼼수’로 보는 이들도 있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보는 입장도 있다.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2019년 12월 31일 여론조사에서 위성비례정당이 ‘꼼수’라는 의견이 60.0%로 ‘불가피한 결정’ 27.6%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하지만 한국당 지지층 내에서는 71.1%가 ‘불가피한 결정’, 18.9%가 ‘꼼수’로 응답했다(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 조사. 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한국당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부산의 경우, 국제신문이 폴리컴에 의뢰한 2019년 12월 27일 조사에서 ‘유사 비례정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37.9%, ‘투표하지 않겠다’가 50.8%로 나왔다. 하지만 한국당 지지층 내에선 ‘투표하겠다’ 63.8%, ‘투표하지 않겠다’가 29.3%로 나타났다(부산시민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815명 조사. 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에 ±3.4%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한국당 지지자 다수가 위성비례정당에 투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2019년 12월 26일 리얼미터 정당지지도를 바탕으로 ‘한국일보’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한국당이 위성정당을 만들 경우 현재 의석을 기준으로 121석이 나와 현재보다 13석 늘었다. 민주당은 127석으로 오히려 현재보다 2석 줄었다. 정의당도 기존 의석에서 1석 늘어 7석이 됐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친박연대’는 비례의원 투표에서 무려 13.2%를 받아 비례대표 8석을 챙겼다. 이를 현재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적용하면 무려 17석을 가져간다는 산술적 계산이 나온다(그림 3).

유민봉 한국당 의원이 2019년 12월 25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알바니아와 레소토는 거대 양당이 각각의 위성정당을 설립해 비례의석 대부분을 가져가면서 연동형 비례대표가 무력화된 사례가 담겼다. 베네수엘라도 집권여당이 비례후보를 내면서 지역구에는 위성정당을 만들어 출마시키는 전략을 썼다. 결국 세 나라 모두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폐지되고 말았다.

민주당은 정의당과 더불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추진한 주체로 위성비례정당을 만들 명분이 없어 당장 창당도 어렵다. 현실적으로 한국당 위성비례정당이 ‘꼼수’임을 홍보하는 것 외에 딱히 대안이 없다. 민심이 ‘꼼수’와 ‘불가피한 선택’ 중 어느 주장에 더 공감하느냐에 따라 의석수의 향배가 갈릴 전망이다.

▼ 準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뭐기에…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 적용된다. 선거법은 현행대로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 47석을 두도록 했고, 50% 연동률을 적용하도록 했다. 따라서 완전 연동형이 아니라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불린다.

연동률이 적용되는 의석수는 모두 30석. 비례대표 17석은 기존 정당 득표율로 단순 배분한다. 기존 비례대표 의석에 대해 정당 득표율을 기준으로 배분하는 방식으로는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도입됐다.

지금까지 총선은 지역구에서 가장 많이 득표한 후보가 당선되는 소선거구제와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비례대표제가 함께 운영돼 왔다. 유권자는 후보자에게 한 표를, 정당에 한 표를 각각 행사했다.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은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 33.50%를 득표했지만, 전체 의석은 40.7%(지역구 122석, 비례대표 17석 포함)였다. 민주당은 정당 투표에서 25.54%를 득표했지만 의석수 비율은 41%(123석, 비례대표 13석 포함)였다. 반면 국민의당은 민주당보다 높은 26.74%를 득표했지만 의석수 비율은 12.66%(38석, 비례대표 13석 포함)였다.

개정 선거법으로 치르는 21대 총선에서도 유권자는 2표를 행사한다. 한 표는 지역구 후보에게, 다른 한 표는 정당을 각각 찍으면 된다. 다만 비례대표 계산 방식이 달라졌다. 전체 47석 가운데 30석에 ‘캡(cap)’을 씌워 연동률 50%를 적용한다.

만약 민주당이 정당 득표율 40%를 득표했다면 120석을 가져가야 한다. 이때 지역구 당선자를 100명 당선시켰다고 하면 100석을 뺀 20석을 비례대표로 가져가는데, 연동률 50%를 적용해 10석을 가져간다. 연동형을 적용한 뒤 남은 17석의 비례대표 의석은 현행과 같은 방식의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해 각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받게 된다.

한국당이 지역구에서 110석을 얻고 30%의 정당투표를 얻었다면, 국회의원 총수 300명의 30%인 90석을 이미 넘어서게 돼 한국당에 돌아갈 의석은 없다. 만약 한국당이 비례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 전용’인 비례자유한국당을 창당하면 지역구 당선자가 없으므로 연동비례 의석을 그대로 받게 된다.

정의당이 지역구에서 5석, 정당 투표 10%를 얻었다면 전체 의석 30석 중 지역구 5석을 뺀 25석 중 연동률 50%를 적용해 12.5석(13석)의 비례대표가 할당된다. 다만 정당 득표율 3% 미만인 군소 정당은 연동형 비례 의석을 한 석도 받을 수 없다. 각 당의 연동형 비례 의석 총합이 30석을 넘으면 30석 안에서 비율대로 나눈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 epolicom@hanmail.net

[이 기사는 신동아 2020년 2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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