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간부 남겨달라” 윤석열 요청 묵살… 이성윤 라인은 요직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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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중간간부 인사]대검 참모진 41명 중 16명 물갈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족은 자르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겐 날개를 달아준 인사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의 의견을 무시하고 23일 단행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는 이 같은 반응이 나왔다.

추 장관에게 “대검찰청 중간간부 전원을 유임시켜 달라”고 요청했던 윤 총장은 전날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인사안을 보고 “핵심 현안 사건을 지휘하는 간부들만이라도 남겨 달라”며 요구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이른바 ‘1·8대학살’로 불리는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 이어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의견을 또다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현 정부의 검찰개혁 드라이브에 동참했던 인사들은 요직에 중용됐다. 윤 총장의 대항마로 떠오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함께 호흡을 맞췄던 검사들을 서울중앙지검 휘하로 불러들이면서 세를 키우게 됐다.

○ 윤 총장, “남겨 달라” 요구… 추 장관이 거절

법무부의 이번 인사 조치는 이른바 ‘살아있는 권력’ 수사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번에 교체된 대검의 반부패강력부의 선임연구관과 수사지휘과장, 공공수사부의 공공수사정책관과 공안수사지원과장, 선거수사지원과장 등은 전국의 부패 범죄와 선거 사건을 지휘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6개월 동안 윤 총장과 수사팀은 ‘원팀’처럼 움직이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 무마 의혹, 청와대의 선거 개입 의혹 수사 등을 지휘해왔다.

윤 총장이 일선 청의 보고를 전달받고 사건 지휘를 내리는 ‘통로’였던 중간간부가 절반 가까이 갈리면서 윤 총장의 조직 장악력은 또 한번 타격을 받게 됐다. 대검 참모진 8명이 갈린 ‘1·8대학살 인사’ 이후 새로 교체된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이 지검장 등은 전현직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사법 처리를 두고 총장과 다른 의견을 내고 있다.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했던 김유철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은 원주지청장으로 발령이 났다. 대검 간부 상갓집에서 신임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게 조 전 장관 관련 무혐의 주장에 항의했던 양석조 대검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은 대전고검 검사로 좌천됐다.

청와대의 2018년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해 온 대검 공공수사부의 임현 공공수사정책관은 대전지검 차장으로, 김성훈 공안수사지원과장은 서울북부지검 형사1부장으로, 이희동 선거수사지원과장은 인천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청와대를 향한 수사를 맡아온 서울중앙지검과 서울동부지검의 지휘 라인도 김태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과 이정섭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 등 두 명만 남겨둔 채 모두 물갈이됐다.

법무부는 대검이 두세 번에 걸쳐 반드시 남겨 달라고 부탁한 간부들을 포함해 16명을 인사이동시켰다. 인사를 앞두고 대검 중간간부 40여 명은 10∼13일 업무연속성 등을 이유로 “부서 이동을 원하지 않는다”고 유임 의견을 냈고, 윤 총장은 이를 법무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대검에 핵심 간부 상당수가 바뀌는 인사안을 통보했다. 대검은 “윤 총장의 직무수행을 보좌하는 데 꼭 필요하니 반드시 유임시켜 달라”며 몇몇 간부 실명까지 들어 지목했지만 역시 묵살당했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총장은 사실상 인사안을 통보받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윤 총장도 기존 참모들에게 이 같은 법무부의 일방통행식 인사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 서울중앙지검 요직엔 ‘이성윤 라인’ 입성

이번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요직은 과거 이 지검장과 함께 근무했던 검사들이 꿰찼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장과 반부패수사2부장에 임명된 김형근 성남지청 차장과 전준철 수원지검 형사6부장은 이 지검장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있을 때 각각 수사지휘과장과 인권수사자문관으로 호흡을 맞췄다. 4차장 검사로 임명된 김욱준 순천지청장은 2010년 뇌물수수비리로 구속기소된 공정택 교육감 수사 당시 서울서부지검 부장검사였던 이 지검장과 함께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인사와 개혁법안 후속조치를 이끌 법무부 요직도 정부의 검찰개혁 기조에 우호적인 검사들이 배치됐다. 이 지검장이 법무부 검찰국장일 때 함께 현 정부 검찰 인사 작업을 총괄했던 진재선 법무부 검찰과장은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으로 이동해 대검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정책업무를 이끌게 됐다. 진 과장의 빈자리는 대검 정책기획과장을 맡았던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장이 채운다. 정권의 신임이 두터운 이종근 법무부 검찰개혁추진지원단 부단장은 서울남부지검 1차장으로 발령났다.

신동진 shine@donga.com·이호재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검찰 중간간부 인사#검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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