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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고임금 독점 386세대, 자식세대에 기회-자원 이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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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고임금 독점 386세대, 자식세대에 기회-자원 이전해야”

조종엽 기자 입력 2019-08-19 03:00수정 2019-08-1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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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세대’ 책 출간 이철승 교수
내몰린 산업화 세대 자리 대체… ‘사회연대’ 대신 자기몫 챙기기 몰입
현재 ‘세대간 불평등’ 정점에 서
이 땅에 386세대는 어느새 50대가 됐다. 그들은 현재 어디에 서 있는가. 이철승 교수는 자신의 책을 "세대라는 앵글 혹은 렌즈를 통해 불평등과 계급을 이해하려는 프로젝트"라며 "세대 간 형평성과 위계의 문제가 좀 더 진지하게 논의되길 바란다"고 했다. 동아일보DB
“왜 한국 사회는 경제 발전과 민주화를 달성했는데도 갈수록 악화되는 불평등과 ‘갑질’, 불공정의 폭력으로 고통받는가. 왜, 어떻게 약속은 위반됐고, 권력은 공정하게 향유되고 행사되지 않는가.”

신간 ‘불평등의 세대―누가 한국 사회를 불평등하게 만들었는가’(문학과지성사·1만7000원·사진)가 던지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386세대 정치인들은 소득 불평등, 높은 비정규직 비율, 낮은 최저임금, 재벌의 이윤 추구 탓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저자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48)는 ‘386세대와 산업화 세대가 함께 만든 위계구조 탓’이 크다고 주장한다. 요약하자면 “청년 세대가 불행한 건 그 부모인 386세대가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양질의 일자리와 높은 임금, 권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연구실에서 만난 이 교수는 “386세대가 각자 열심히 밥그릇을 챙기며 도생한 결과지만 다음 세대의 고통을 인정한다면 386세대가 앞장서서 노동시장과 정치권력의 운용 시스템,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철승 서강대 교수는 “386세대가 정치권, 기업, 상층 노동시장에서 이전 세대보다 장기 생존하며 세대교체의 룰이 무너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386세대 역시 연공제 속에서 그저 과실을 차지할 ‘자신들의 차례’가 된 것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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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세대는 인구 규모가 크고, 잘 조직화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연공제, 노조의 ‘전투적 경제주의’와 맞물리며 전과는 비교가 안 되는 성과를 냈다. 이 거대한 코호트(인구 집단)를 먹여 살리기 위해 기업은 채용 인원을 줄이거나 비정규직을 뽑았다. 그 결과 청년 세대는 얼마 안 되는 정규직을 두고 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정규직이 너무 잘 싸워서 임금을 올린 폐해가 하층 비정규직과 청년에게 돌아간 것이다. 산업화 세대는 386세대에게 완전 고용에 가까운 정규직 일자리를 물려줬다. 한데 왜 그들은 자식들에게 질 나쁜 노동시장을 물려주는가.”

―이 교수의 주장은 기업에서 386세대의 퇴출을 가속화하는 명분이 되는 것 아닌가.


“386세대가 직장에서 나가야 한다거나 고용의 유연화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조직에 숨통을 틔우고 청년의 고용을 늘리자는 거다. 유럽식으로 다 같이 조금 덜 받고, 조금 덜 일하면서 일자리를 나누자는 것이다. 상층 정규직들은 지나친 임금 상승 투쟁을 자제하고, 사회적 협약을 통해 ‘세대 간 연대 임금’을 도입하자는 거다. 독일 스웨덴 등은 수십 년 동안 그렇게 해왔다. 누굴 위해서? 우리 자식들을 위해서다.”

―임금피크제 한다고 기업이 청년 고용을 늘릴까.

“국가가 선례를 보여줘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내 임금을 깎아서 청년 사회복지사 한 명을 더 채용하는 데 쓰자’고 했으면 좋겠다. 장차관도 임금의 1%씩을 줄여서 세금을 올리지 않고 고용을 늘리는 걸 보여줘야 한다. 공기업에 확산시키면 사기업도 따라올 것이다. 기업은 위에 쓸 것을 줄여 신규 고용에 쓰는 것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선례를 통해 룰을 만들면 사회가 바뀔 수 있다. 노사정위원회에 가서 이런 주장을 했는데 반기지 않더라.”

―현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추진했는데….

“자본에게 돈을 더 쓰라고 강제하는 것인데, 이게 386세대 진보 진영의 이념이다. 그러나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이 경쟁국과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분석은 논란이 있다. 자본이 추가 지출할 여력이 없을 가능성도 있다. 기업에 덮어놓고 정규직화하라고 하면 오히려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결과만 낳는다. 1970, 80년대까지의 자본은 노동을 쥐어짰지만 오늘날의 자본은 자본 증식에 유리하면 우수한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주지 말라고 해도 임금을 더 지출한다.”

―‘정년 65세 연장’이 추진되고 있다.

“연장 논의를 하려면 386세대의 임금 삭감 논의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연봉 1억 원 근로자 고용을 5년 연장하면 5억 원이 더 든다. 기업은 당장 연봉 3000만 원인 청년 고용을 몇 자리 줄여야 한다. 단순한 산수다. 정년 연장을 하려면 자식 세대 눈치를 먼저 보는 게 염치다.”

―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올리려고 하는데….

“그러면 386세대는 지금부터 5∼10년만 연금을 더 붓고, 이후 30∼40년 동안 많이 받게 된다. 그 ‘땜빵’은 인구가 반밖에 안 되는 자식 세대가 해야 한다. 자식 세대는 동의 못 할 거고,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연금은 낸 만큼 받는 식으로 세대별 연금 불입률과 수혜율을 조정해야 한다.”

―‘한국형 사회적 자유주의’를 주장했는데….

“지난 20년 동안 안전망 없는 고용유연화의 후과는 컸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노동권이 해고당하지 않을 권리였다면, 앞으로는 일할 권리로 다시 규정해야 한다. 국가와 노조가 협력해서 일찍 퇴직하는 이들이 다른 일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을 책임지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이 같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에 대해 기존 진보진영은 고용유연화가 가속화된다며 썩 반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유연화의 비용을 비정규직과 젊은 세대가 계속 지도록 할 것인가.”

이 교수는 “386세대가 민주화를 위해 젊음을 바친 첫 번째 희생에 이어,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두 번째 희생’을 하라”고 말했다.

특정 세대가 손에 쥔 것을 스스로 내려놓는다는 게 정말 가능할까. “386세대는 자식 세대의 몫을 자신들이 끌어 쓰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자산과 기회를 자기 자식에게만 물려주려 하지 말고, 자식 세대 전체에게 물려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이 교수)


▼외환위기가 386세대 권력강화 낳았다▼

‘불평등의 세대…’는 청춘을 희생해 절차적 민주주의 제도화를 이끈 386세대가 오늘날 세대 간 불평등의 정점에 있다는 게 주된 요지다.

1997년 외환위기는 386세대가 ‘저절로’ 권력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산업화 세대가 일찌감치 정리해고에 내몰리는 동안 기업의 밑바닥부터 허리를 구성하고 있던 386세대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기업들이 10년 가까이 신규 채용을 줄여 아랫세대의 비중 역시 줄었다. 살아남은 386세대와 노조는 ‘사회 연대’ ‘사회 개혁 투쟁’ 대신 ‘전투적 경제주의’에 입각해 자신들의 몫을 챙기는 데 몰입했다.

또한 386세대는 산업화 세대가 만든 부의 불평등을 물려받았고, 2000년대 중반 부동산 폭등 시기에 자산을 축적할 기회를 얻었다.

세대 간 불평등과 386세대 비판은 기존에도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데이터를 통해 정밀하게 이를 보여준다. 국회의원 입후보자 및 당선자 수, 기업 이사진 점유, 대기업 및 정규직 등 상층 노동시장의 점유율, 근속연수, 인구 대비 소득 점유율, 소득 상승률 등 386세대의 독점과 상대적 장기 집권을 그대로 보여주는 각종 지표가 책에 빼곡하다.

이철승 교수는 386세대는 “다른 세대가 취할 수 없는 지위를 통해 뭉친 배타적 권력·이익 독점체”가 됐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묻는다. “이 세대가 오늘날 노동시장에서 고통받는 20, 30대 청년세대와 바로 아래에서 희생한 40대, 그리고 위계구조의 최대 희생자 집단인 여성과 비정규직을 대표하지 못한다면, 산업화 세대의 정치권력과 무엇이 다른가?”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386세대#불평등의 세대#고임금 독점#상층 노동시장#임금피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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