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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뷰티]그녀,가슴이 눈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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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뷰티]그녀,가슴이 눈부셨다

입력 2006-10-18 03:00수정 2009-10-0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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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혜원 신윤복의 수묵담채화 ‘단오풍정’. 단오날 8명의 여인이 그네를 타고 목욕을 즐기는 모습을 그렸다. 유방이 수유의 상징이 아닌 섹시 코드로 처음 등장한 그림이다. 바위 뒤에서 사미승이 여인들의 나신을 훔쳐보며 황홀경에 빠져 있다.

《2004년 2월 미국 슈퍼볼 결승전. 하프 타임의 쇼 생방송 중 팝 가수 재닛 잭슨의 젖가슴이 노출된 사건은 경기 결과 못지않게 폭발적인 관심을 관심을 끌었다. 누리꾼들의 인터넷 검색 횟수는 9·11테러를 압도했다.

도박판에 목숨을 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타짜’. 추석 극장가를 강타한 이 영화에서는 남자 주인공 조승우보다 정사 장면에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의 젖가슴이 더 화제다. 관객들은 김혜수의 불륨 있는 가슴에 감탄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여배우의 가슴(유방)만 보고 나와도 아깝지 않다” “가슴이 얼마나 크던지 눈에 확 들어왔다”는 식의 관람 후기가 올라와 있다. 관객들은 영화 스토리나 작품의 완성도보다 여배우의 가슴에 푹 빠져든 것이다.

영화 ‘몬스터’로 2004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샤를리즈 테론은 가슴이 작아 번번이 영화 캐스팅에서 탈락했다고 털어놓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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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만한 유방이 주목받고 대접받는 시대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큰 가슴에 열광한다. 여권(女權) 신장으로 유방은 더는 남성의 성적 욕구 대상도,상업적인 소재도 아니라는 주장이 무색할 정도다.

케이블TV의 홈쇼핑 채널과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유방을 크게 보이게 하는 ‘기능성 브라’가 날개 돋친 듯 팔린다. 앞가슴이 보이고 유방 사이의 굴곡이 확실히 드러나는 클리비지룩이 해가 갈수록 강세다.

프랑스 철학자 파스칼은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다면 지구는 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코는 클레오파트라의 ‘미모’와 ‘자존심’을 표현한 말이다.

오늘날에는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가슴(유방)’으로 바뀐 게 아닐까. 가슴은 여성의 ‘자존심’이자 ‘자신감’이다. 2세를 키우는 힘,남자를 사로잡는 힘,더 나아가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다.

‘가슴(마음)에 사무치다.’ ‘가슴(폐)이 답답하다.’

‘속옷이 안보이도록 가슴(옷가슴)을 여미다.’ 가슴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것은 같지만 지칭하는 뜻은 제각각이다.

해부학적으로 배와 목 사이의 갈비뼈가 있는 부위를 가슴이라고 한다. 그럼 유방은? 제2∼6의 갈비뼈 높이에 있는 피부의 돌출 부분을 의미한다. 따라서 “넌 가슴이 섹시해”라는 말은 “넌 유방이 섹시해”로 바꿔야 정확하다.》

▽유방을 보는 눈 어떻게 변해 왔나▽

○ 젖, 젖통, 젖퉁이

유방의 한자어는 ‘乳(젖유)-房(방방)’. 즉 젖이 들어 있는 방이란 뜻이다. 좌우 유방 사이 움푹하게 들어간 부분을 응중(膺中), 유방의 중앙에서 조금 아래쪽에 있는 원통 모양의 돌출 부위를 유두(젖꼭지)라고 한다.

계집녀(女) 자에 두 개의 점을 붙이면 어미모(母)가 된다. 이 두 점은 바로 유두를 뜻한다고 한다.

영어에서 여자를 ‘female’이라 부르는 것도 유방과 관련이 있다. 접두어 ‘fe’는 빤다는 뜻. female이란 젖을 빨게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우리 조상들은 유방을 젖, 젖통, 젖퉁이 등으로 불렀다. 수유기관의 호칭일 뿐 성적인 뉘앙스는 풍기지 않았다.

○ 여성의 유방은 3개?

유방에 대해 가장 오래된 의학적 기록은 3400여 년 전 이집트의 파피루스에 나타난다. 모유가 잘 나오게 하는 방법이 적혀 있다.

진화론자들은 인간의 유방도 다른 포유류처럼 원래 여러 개였다고 주장한다. 동물들은 3개든 4개든 얼마든지 젖을 빨릴 수 있는 구조이지만 인간은 2개를 제외한 나머지가 저절로 퇴화했다는 주장이다.

인류학자 데즈먼드 모리스도 “원래 여성은 3개 이상의 젖가슴을 가졌는데 진화하면서 필요성에 따라 두 개가 됐다”고 분석했다. 자식을 한 번에 한 명, 아니면 예외적으로 쌍둥이를 낳는 게 일반화되면서 불필요한 젖가슴이 사라졌다는 얘기다.

인류학자들은 남자의 가슴과 여자의 유방이 서로 다르게 진화한 것은 기능의 차이 때문이라고 본다. 남자들은 사냥을 위해 근육이 탄탄한 가슴이 필요했다. 반면 여자의 가슴은 자식을 양육하기 위해 반구형 유방으로 탐스럽게 솟아오르게 됐다는 것.

○ 젖과 유방의 분리

유방을 보는 눈은 시대에 따라 다르다. 노동력과 생산력이 중요했던 인류 초기의 유방은 ‘다산풍요(多産豊饒)의 상징’이었다. 수유 기능만이 존재했다.

종교가 지배했던 중세에는 큰 유방이 죄악이었다. 천으로 유방을 동여맸고 젖도 유모가 먹였다.

16세기부터 유방은 여성의 신체에서 분리돼 ‘성(性)의 상징’으로 상품화되기 시작했다. 서양에서는 여성의 누드 그림을 팔아 돈을 버는 화가들이 등장했다. 그 후 유방은 각종 포스터나 제품의 맨 앞면에서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유방이 없으면 시선을 끌 수 없을 정도다.

1920년대부터 60년대까지 유방의 상품화는 절정에 달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각국의 군 수뇌부는 병사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유방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포스터를 뿌리기도 했다. 플레이보이 등 음란잡지를 통해 여성의 유방을 접하던 시절, 남성들은 유방 사진을 신주단지 모시듯 책상 서랍 깊숙이 숨겨 놓고 몰래 훔쳐봤다.

한국에서 유방이 ‘섹스의 심벌’로 처음 그려진 것은 18세기 말경. 혜원 신윤복의 수묵담채화 ‘단오풍정(端午風情)’에는 짙은 분홍색 젖꼭지가 훤히 드러난 여인이 둘이나 등장한다. 아이에게 수유하는 젖가슴이 아니라 성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섹시한 유방’이다.

한국 사회는 근대화와 함께 여자의 몸을 상품으로 보기 시작했다. ‘젖’과 ‘유방’을 분리해 유방을 상품화한 것이다. 1960년대 브래지어의 대량 보급은 기폭제가 됐다. 버스나 전차에서 젖가슴을 스스럼없이 풀어헤치고 젖을 먹이던 엄마들의 모습은 사라졌다.

1980년대에 영화 ‘애마부인’ 시리즈가 히트하면서 유방은 본격적으로 ‘성의 상징’ 자리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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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가슴녀=섹시녀’

1990년대 후반 이후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유방은 공유의 대상이 됐다. 남성들은 누구의 유방이 더 아름다운지 열띤 토론을 벌였고, 여성은 자신의 것과 다른 여자의 것 중 어느 쪽이 더 아름다운지 비교했다. ‘유방의 역사’의 저자 매릴린 엘롬은 “1980년대 페미니즘이 등장하면서 유방은 남성의 것에서 여성의 것으로 바뀌었다”고 부르짖었지만.

2000년대 들어 연예인 누드집, 모바일 화보 등이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크고 아름다운 유방을 숭배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이제는 남자뿐 아니라 여자들도 한몫 한다. 가슴이 작았던 여자 연예인이 어느 날 갑자기 ‘왕가슴녀’로 나타나 수많은 남성의 입에 오르내린다. 여자들은 겉으로 “아무튼 남자들이란∼”하며 무시하지만 내심 그녀의 유방을 부러워한다.

미디어의 발전으로 동서양 미(美)의 기준이 모호해지고 획일화됐다. 서양 여성처럼 크고 풍만한 유방이 글로벌 시대의 미인이 갖춰야 할 조건으로 추앙된다.

유방 확대 수술을 받는 한국 여성들이 선호하는 유방 보형물의 크기는 1994년 135cc에서 2003년 265cc로 10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커졌다.

○ 건강한 유방이 아름답다

아름다운 유방은 단지 크기와 모양의 문제만은 아니다. 바른 자세가 유방을 더욱 아름답고 돋보이게 한다. 어깨가 구부정하고 비뚤어져 있으면 아무리 아름다운 유방을 갖고 있어도 예뻐 보이지 않는다. 반대로 어깨를 쫙 펴고 다니는 여성은 가슴이 실제보다 크고 아름다워 보인다.

자신의 가슴에 맞는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처음 브래지어를 착용할 때는 가슴에 딱 맞으면서 유방을 끌어올려 주는 느낌이 드는 제품이 좋다.

나이가 들면 유방이 아래로 처지는 경향을 보인다. 유선조직과 지방세포의 크기와 수가 줄어 유방의 탄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작은 아령 운동이나 팔굽혀펴기처럼 가슴 근육을 발달시키는 운동을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 유방이 커지지는 않지만 가슴선이 선명해지며 유방을 올려주는 리프팅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진짜 아름다운 유방은 건강한 유방이다. 유방암 같은 질환으로 유방을 절제하는 일이 없도록 1년에 한 번은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글=이호갑 기자 gdt@donga.com

디자인=김성훈 기자 ksh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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