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목소리도 경청”… 文 “워낙 전천후로 비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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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시정연설]사전환담서 한국당과 신경전
황교안 “조국 임명에 국민 분노”, 文 답변없이 대법원장에 “법원 개혁”
與 28번 박수, 한국당 한번도 안쳐

“그런데 뭐 워낙 전천후로 비난들을 하셔서, 허허허….”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조국 정국’과 관련해 쓴소리를 낸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언급을 듣고 보인 반응이다. 이날 국회를 찾은 문 대통령과 한국당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포문을 열었다. 황 대표는 시정연설 직전 문 대통령과 문희상 국회의장, 여야 지도부의 사전 환담 자리에서 “조국 전 장관이 사퇴하게 해 주신 부분은 아주 잘하셨다. 다만 조 장관을 임명한 일로 국민들의 마음이 굉장히 분노랄까, 화가 많이 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는 끄덕였으나 답변은 하지 않았다. 그 대신 김명수 대법원장을 향해 “법원을 개혁하는 법도 계류가 돼 있지 않나. 협력을 구하는 말씀을 해 달라”고 했다. 황 대표의 선공에 대응하지 않고 오히려 ‘법원 개혁’이라는 화두를 꺼내든 것이다. 그러자 한국당 소속 이주영 국회부의장은 “평소에 야당 목소리를 많이 귀담아 주시면 대통령 인기가 더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워낙 전천후로 비난들을 하셔서”라며 소리 내 웃었고, 환담 자리에 있던 여야 지도부도 함께 웃으며 분위기가 잠시 누그러졌다.

긴장감은 시정연설 동안 최고조에 달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33분간의 연설 동안 총 28번의 박수로 호응했다. 반면 한국당 의원들은 한 번도 박수를 치지 않았다. 오히려 문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필요성을 강조할 때는 “그만하세요” “야당을 우습게 안다”고 했다. 일부 의원은 손으로 ‘×(가위표)’를 만들어 머리 위로 들어올리기도 했다. 손으로 귀를 막는 등 ‘듣기 싫다’는 뜻을 표시하는 의원도 눈에 띄었다. 문 대통령은 연설이 끝난 직후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들과 악수를 나누며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먼저 일어나 나가려는 일부 한국당 의원과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황 대표는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고집불통이라는 사실만 확인했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자화자찬만 있고 반성은 없는 연설”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한국당 의원들이 연설 중 야유를 보낸 것에 대해 “일자리 관련 고용지표들이 개선되고 있는 게 사실인데 좋아지는 것 자체도 비난하면 고용이 나빠지길 바라는 옹졸한 입장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성진 psjin@donga.com·최고야 기자
#문재인 대통령#자유한국당 황교안#조국 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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