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해체 수준까지 정당구조 개혁해야”

  • 입력 2009년 8월 27일 02시 54분


■ 김형오 국회의장 인터뷰

“DJ서거 ‘화해’ 화두 남겨
국민통합 자문기구 설치할 것
한국 국회의장은 ‘허깨비’
제 역할 하려면 권한 늘려야”

김형오 국회의장은 25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는 상생과 화해, 용서와 통합을 국민적 화두로 남겼다”며 “국민화해와 통합을 위해 조만간 국회의장 직속의 자문기구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국회 집무실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20∼30년간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 각계에서 빚어진 갈등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선진국은커녕 현상 유지도 못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장은 “김 전 대통령의 유훈은 상생과 화해, 그리고 용서와 통합”이라며 “막강한 정당정치의 구조 때문에 국회가 정치의 중심이 되지 못하고 있고 진정한 민주주의도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으로서 책무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정당을 해체하는 수준까지 정당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며 “그래야 강경파가 주도하는 문화, 규칙보다는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 정치에는 불승복, 불인정, 불만족 등 3불(不)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선거를 통해 심판 받는 것이 아니라 그냥 엎어버리겠다는 식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통합 방안에 대해 김 의장은 “우리는 지금 조선시대보다 못한 행정구역 체제로 살고 있다”며 “행정구역과 선거제도 개편 등을 포함한 개헌을 통해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헌은 (다른 의제를 흡수하는) 블랙홀이 돼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현상)’을 가속화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체제 불안정 요인을 없애 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디어법 처리 이후 여야 대치가 계속되면서 9월 정기국회 일정도 불투명해진 상태다. 이에 대해 김 의장은 “국회법에 정해진 대로 무조건 9월 1일에 개회식을 열겠다”며 “민주당은 무조건 등원보다 더 좋은 명분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김 전 대통령도 의회에서 싸워야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미디어법 직권상정과 관련해 자신을 비판한 데 대해 “우리나라 정치지도자 수준이 그 정도밖에 안 되나 하는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며 “(정 대표 등이 제출한) 의원직 사퇴서는 수리하지 않을 것이다. 당당하게 거취를 밝히고 국회에 들어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또 “한국의 국회의장은 의사진행과 직권상정의 권한밖에 없다. 국회의장을 허깨비로 만들어 놓은 국회는 선진국 어디에도 없다”며 “여야가 의사일정 협의로 샅바싸움을 하면서 진을 빼는 일이 없도록 하고 법안 심사에 힘을 쏟도록 하려면 의장의 권한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최근 남북관계의 패러다임 변화와 관련해 “남북관계의 원칙을 지키는 바탕 위에서 교류가 활발해져야 한다”며 “남북 간 의회 차원의 회담을 거듭 제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최고인민회의에 두 차례 회담을 제의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다”며 “당국 간 대화가 막혀 있으니 의회 차원에서 돌파구를 찾아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남측 관광객이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북한이 (박왕자 씨 피격 사망사건에 대한) 재발방지 약속이 필요하다”며 “개성공단사업은 북한에도 도움이 되는 일인 만큼 북측이 무리한 요구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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