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교용]그린IT, 비용도 줄인다

  • 입력 2009년 6월 3일 02시 57분


녹색성장이 한국 경제 발전의 새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정보기술(IT) 부문을 녹색화하고 그린 IT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안을 담은 ‘그린IT 국가전략’을 최근 발표했다. 이 전략에 따르면 2013년까지 그린IT와 녹색기술에 12조 원을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2013년까지 7조50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 5만2000명의 고용 창출, 1800만 t의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을 기대한다.

세계적인 추세를 볼 때 이미 비슷한 전략을 발표한 미국 유럽연합(EU) 일본에 비해서는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녹색기술을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특히 이번 청사진은 2대 분야 9개 핵심과제 등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담아 IT 강국을 넘어 녹색IT 분야에서도 세계 최강에 올라설 기초를 다질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정부정책보다 한발 앞서 기업 차원에서는 지난해부터 녹색IT 혁명이 서서히 일기 시작했다. 지난해 처음 개최된 국내 최대 규모의 IT 전시회인 ‘월드 IT 쇼 2008’에서 삼성전자는 그린마케팅 코너를 따로 마련하고 친환경 휴대전화와 프린터를 대거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SK텔레콤은 임원급 관리자가 참여하는 환경위원회를 올해 설치하는 등 전사적인 환경경영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대기업뿐만 아니다. 중견 PC 및 주변기기 업체도 다양한 그린IT 제품을 속속 선보인다. 세계적인 경기침체기에 그린IT가 기업의 주요 경영 이슈로 부상한 셈이다.

정부와 기업이 그린IT를 화두로 내세우는 이유는 경제적 효과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몇 가지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시작한 에코오피스 캠페인을 통해 2008년 한 해에만 4억 원의 비용과 약 2400t의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 효과를 거뒀다. ‘그린 KT, 그린 코리아’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KT도 남수원 인터넷데이터센터(IDC)와 목동IDC에서 통신전원장비의 그린 에너지화(DC)로 서버 발열량을 30% 이상 절감한다.

그린IT는 기업에서만 실천할 수 있는 특별한 뭔가가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실천 가능하다. 유선통신 4사와 이동통신 3사가 매월 발행하는 종이청구서는 5300만 장에 이른다. 여기에 연간 155억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절반만 온라인 청구서로 전환해도 연간 93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3만 t가량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에 따르면 전 국민이 매일 A4 용지 한 장을 덜 쓰면 하루에 5000그루의 나무를 살릴 수 있다. 그린IT가 거창한 슬로건이 아니라 기업과 가정에서 손쉽게 실천 가능한 구체적인 실천전략이라는 말이다.

이달 개최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IT 전시회인 ‘월드 IT쇼 2009’는 국내 IT 기업의 다양한 전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올해 전시회에서는 ‘녹색IT를 위한 신융합기술’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대기업부터 중소기업, 그리고 글로벌 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그린IT 기술과 제품을 선보인다. IT를 촉매로 에너지를 줄이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융합기술, 지금보다 10배 이상 빠른 인터넷 속도로 시공간의 제약이 거의 없어질 때 우리 앞에 펼쳐질 원격회의 원격진료 사이버교육 등 최첨단 그린IT 기술을 경험하면서 기업의 새로운 경영전략을 고민하면 어떨까.

이교용 한국정보통신산업 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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