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발표에도 시장은 무덤덤 왜?

  • 입력 2009년 3월 17일 02시 57분


“집값 더 내릴듯” “규제 더 풀릴듯”

살 사람도 집주인도 일단 관망세

정부가 세법을 고쳐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폐지한다고 발표했지만 16일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잠잠했다.

정부의 추가 규제완화로 집값이 오르길 기대하는 다주택 보유자들이 아직까지 집을 내놓을 때가 안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집을 사려는 사람들도 집값이 더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어 이번 양도세 중과 폐지가 곧바로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일부 집주인 “집 팔면 괜찮을까요”

이날 서울의 부동산중개업소에 집을 내놓는 다주택 보유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서초구 반포동 대한부동산 이모 대표는 이날 오전 집을 여러 채 가진 고객들에게 ‘양도세 중과가 폐지됐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세금 부담이 줄었으니 매도를 고려하라는 뜻이다.

이 대표는 “언론 보도를 통해 많이 알려졌지만 고객들의 관심이 큰 사안이라 다시 알려드렸다”며 “오후 들어 지금 집을 팔아도 괜찮을지를 묻는 전화가 드문드문 오긴 했지만 아직까지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골드웰공인중개사사무소 신모 대표는 “급하게 돈이 필요한 다주택 보유자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집을 처분했기 때문에 양도세 중과가 폐지됐다고 해서 서둘러 집을 팔려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전했다.

강남구 대치동 럭키공인 관계자도 “부동산 규제가 계속 풀리면 집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이 많아 사정이 아주 급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집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 중 상당수는 경기침체가 워낙 심해 정부의 규제완화만으로는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돌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노원구 상계동 주공부동산 김모 사장은 “팔려는 사람은 집값이 계속 내리는 데다 금리도 낮아져 일단 버티고 있고, 사려는 사람은 집값이 떨어졌지만 소득에 비해서는 비싼 편이어서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 탑공인중개사사무소 염모 대표는 “양도세 중과 폐지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시장에 다 반영돼 특별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기다려라” vs “한발 앞서 움직여야”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집을 사고팔아야 할 시점에 대한 의견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은 “매물을 무작정 내놓으면 시장에 매물이 쌓이면서 거래가 더 안 될 수 있으므로 다주택 보유자는 이자를 감당할 능력이 없거나 당장 자금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경기가 회복될 때를 기다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거래가 안 되면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사려는 사람은 시장에 매물이 나오는 상태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인해 앞으로 상당 기간은 집값이 오르기 어렵기 때문에 마냥 기다리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부동산뱅크 김용진 이사는 “집값이 오를 동력이 없기 때문에 기다린다고 해도 지금보다 더 많은 이익을 보기는 힘들 수 있다”며 “매도자는 지금 집을 내놓고, 매수자는 이렇게 나온 매물 가운데 괜찮은 물건을 고르는 게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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