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추락’ 끝이 안보인다

  • 입력 2008년 12월 10일 02시 59분


집값 떨어지는데 매수 문의전화 뚝… 전세 발길마저 끊기고… “더 내려갈것” 예상 우세

11·3 재건축 규제 완화 후 집값 1.85% 떨어져

서울 하락률은 1.2%… 급매 호가 20~40% 내려

“싱크대를 바꿔야 할 것 같은데요. 문도 잘 안 열리네.”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전셋집을 보러 온 세입자는 이곳 저곳을 둘러보며 “수리를 해주든지 전세금을 더 깎아 달라”고 말했다. 112m²(34평) 아파트 전세금이 올해 초보다 6000만 원 이상 내려 1억3000만 원까지 나왔지만 세입자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E중개업소 실장은 “요즘 같은 때에는 말만 잘하면 집주인이 도배는 기본으로 해 준다”고 말했다.

정부가 투기지역 해제와 재건축 규제 완화를 뼈대로 한 11·3대책을 내놓은 지 1개월. 서울 강남, 서초, 송파구 일대 아파트 시장에 매수자 우위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살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 콧대 높아진 매수자, 거래는 썰렁

약 한달 전 9억2000만 원까지 갔던 주공5단지 112m²(34평)는 지난주 토요일 7억7000만 원에 팔려 나갔다. 11억 원이었던 119m²(36평)도 9억 원까지 내렸다.

K공인중개사 사장은 “나이 드신 분들이 ‘미네르바’ 이야기를 하며 ‘집값이 반값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사겠다’고 말씀하신다”며 한숨을 지었다.

본보 기자가 이들 지역 중개업소 10여 곳을 돌아본 결과 급매를 중심으로 연초보다 20∼40%가량 호가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하루 종일 매수자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같은 움직임은 통계로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남권(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아파트 값은 대책 발표 이후 1.85% 떨어져 서울 평균 하락률(1.20%)을 크게 웃돌았다.

이달 3.3m²(1평)당 매매값도 강남이 3197만 원, 서초가 2543만 원, 송파구가 2272만 원으로 1월 3493만, 2728만, 2496만 원에 비해 200만∼300만 원 가까이 내렸다.

○ 집값 떨어지는 속사정

하락 폭이 가장 큰 곳은 서울 송파구. 7∼9월에 잠실 주공2단지인 리센츠, 파크리오, 1단지 엘스 등 1만8000채가 잇따라 입주하면서 집값과 전세금이 1억 원 이상 동반 하락하고 있다.

특히 재건축이 진행되지 않은 기존의 주공5단지를 중심으로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도 벌어지고 있다.

1, 2단지 입주가 시작되면서 전세 물량이 늘어 전체적으로 전세금이 1억 원 이상 내리자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의 전세금을 다 마련하지 못해 세입자를 못 내보내는 일도 있다.

인근 중개업소 사장은 “1, 2단지 조합원들이 2억5000만 원에 전세 계약을 했는데 지금 1억4000만 원까지 떨어지자 집주인들이 1억 원이 넘는 돈을 자기 돈으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집주인에게 전세금을 받지 못해 입주를 못하고 있는 가구만 5단지에 200채 정도 된다”고 말했다.

서초구는 핵심 지역에서 분양한 반포 자이와 래미안퍼스티지의 미분양 물량이 부담이다. 6월과 10월 각각 3410채, 2444채의 대단지로 분양을 했지만 여전히 추가계약자를 기다리고 있다.

신한공인중개사무소 김신홍 대표는 “연초에 14억까지 갔던 반포 자이 116m²(35평) 분양권이 최근 9억4000만 원 선에 거래되는 등 40% 가까이 내렸지만 매수자들은 더 내릴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11·3대책 전 9억2000만 원에 거래됐던 개포 주공 50m²(15평)는 최근 7억5000만 원까지 내렸다. 11·3대책 발표 후 일주일 동안 매도자들이 호가를 8억 원 정도로 올리기도 했지만 매수세가 붙지 않아 다시 하락했다.

개포공인중개사무소 채은희 사장은 “경기 침체로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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