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건학 610돌 성균관대 서정돈 총장

  • 입력 2008년 9월 27일 03시 00분


건학 610년을 맞은 성균관대의 서정돈 총장은 전통의 바탕 위에 국제 경쟁력을 갖춘 맞춤형 교육을 통해 2010년까지 성균관대를 세계 100대 대학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훈구  기자
건학 610년을 맞은 성균관대의 서정돈 총장은 전통의 바탕 위에 국제 경쟁력을 갖춘 맞춤형 교육을 통해 2010년까지 성균관대를 세계 100대 대학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훈구 기자
《“외국 명사들을 만날 때 한국에 610년 된 대학이 있다고 하면 모두들 표정이 달라집니다. 성균관대는 성균관의 전통을 이어나가 국가적인 자랑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겁니다.” 25일 건학(建學) 61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행사를 마련하고 있는 성균관대의 서정돈 총장을 24일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 총장실에서 만났다. 서 총장은 20여 년간 서울대 의대에 재직하다 2003년 성균관대 의대 설립과 함께 총장으로 영입됐다. 뛰어난 학교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2006년 총장으로 재선임된 서 총장은 “2010년까지 성균관대를 세계 100대 대학에 올려 놓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맞춤형 교육으로 2010년 세계 100大 대학 오를 것”

―건학 610주년의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조선이 한양으로 천도하면서 바로 이 자리에 성균관을 세운 것이 1398년입니다. 여기에 성균관의 물리적, 학문적 기틀이 남아 있고 정신적 전통이 계승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사립인 성균관대가 왜 국립인 성균관을 잇느냐는 말도 있습니다만 저는 국가적으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균관대를 넘어서 우리나라의 자랑이 되도록 애정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학교 곳곳에 ‘혁신’이라는 구호가 눈에 띄어 기업체에 온 듯한 느낌입니다.

“교육이나 학교 경영 등 모든 면에서 꾸준히 혁신을 실천해 앞서나가고 있죠. 최근 외부 평가기관마다 우리 대학에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가고객만족도 종합대학 분야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죠. 올해도 국가생산성혁신대회에서 대통령상인 대상을 받았고, 한국표준협회의 서비스품질평가에서도 종합대학 중 1위에 올랐습니다.”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비결은….

“고객의 시각에서 교육이나 행정, 복지 등에 관심을 가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을 제공한다는 생각을 넘어서 교육 수요자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검토하고 발상을 전환하기 위해 애쓴 결과죠. 대학 최초로 체계적인 시스템인 6시그마 경영 방식을 도입한 것도 큰 성과를 거뒀습니다.”

성균관대의 빠른 성장 속도는 자타가 인정하고 있다.

1996년 90편에 불과하던 과학기술논문색인(SCI) 수가 지난해에는 1768편으로 스무 배 정도 증가했다. 두뇌한국(BK)21 2단계 사업에서는 2006년 대형사업단 20개와 핵심사업단 8개를 따내는 등 선정률 100%를 기록했다.

서 총장은 급성장의 비결을 구성원들의 열정과 학교재단의 과감한 투자에서 찾았다.

“삼성이 대학 경영에서 손을 뗐다가 1996년 다시 재단을 맡기 전까지 학교가 어려웠습니다. 20년 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기 때문에 다시 잘해보자는 구성원들의 의지가 대단했죠. 직원들이 늘 모여서 자기 분야에 대해 공부를 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습니다. 최근 해마다 재단에서 1000억 원 정도를 지원받는 것이 재정적으로 큰 도움이 되고 브랜드 파워도 든든한 뒷받침이 됐습니다.”

안정적인 자금력에 힘입어 성균관대는 교육 시설도 최첨단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자연과학 캠퍼스에 450억 원을 들여 구축한 컴퓨터 시스템의 디지털라이브러리캠퍼스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기숙사도 내년에 문을 연다. 올해 초에는 약학관, 화학관, 반도체관 등을 한꺼번에 준공했다.

―휴대폰학과나 반도체학과 등 맞춤형 학과의 인기도 높죠.

“반도체시스템공학과를 통해 장학금을 주고 원하는 학생은 삼성 취업도 보장하다 보니 학생들의 수준이 아주 높아요. 대학원 과정까지 이어서 휴대전화와 디스플레이 분야를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죠. 최근에 일명 두바이학과라고 불리는 초고층·장대교량학과를 만든 데 이어 보험전문가를 양성하는 학과도 만듭니다. 맞춤형 교육으로 특화한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나가야죠.”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 사업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우리 대학이 첨단 분야에 뛰어난 역량을 가진 만큼 좋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모두 23개의 과제를 신청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신성장동력과 관련된 전공을 신설하는 유형1 과제에 지원한 3개 과제는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성균관대는 임베디드시스템 응용공학과, 에너지과학학과, 인터랙션 사이언스 등 3개 전공을 신설하겠다고 신청했다.

1984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카를로 루비아 박사를 에너지과학학과 분야에 초빙해 세계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루비아 박사는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에서 재생에너지와 응집식 태양열역학에 대해 연구해 왔다.

―폴리페서에 대한 기준을 만든 것도 화제를 모았죠.

“대학 중에서 처음으로 윤리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선출직일 경우에는 교수 신분을 가지고 나가는 것이 불합리하기 때문에 막기로 했습니다. 교수의 전문 지식을 활용해서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분야라고 하더라도 한 학과에서 2명 이상 나가면 곤란하죠. 교수의 권리도 있지만 학생의 배울 권리도 중요하니까요.”

서 총장은 최첨단 분야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전통 학문의 발전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균관의 전통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유학과 동양학을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

“유학과 동양학에 오랜 기간 꾸준히 지원해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우리 동아시아학술원을 거친 많은 학자가 일본, 중국에서도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정말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어서 찾아온 유학생 중에는 유학이나 동양학을 배우러 오는 학생이 많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동양 학문에 대한 영어 강의도 늘리고 있습니다.”

서 총장은 세계적인 경제 규모에 걸맞은 명품 경영학 과정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육성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그는 ‘비전 2010+’라는 장기 발전 계획에 맞춰 최근 외부컨설팅을 통해 구체적인 전략을 재정비했다며 더 큰 도약을 다짐했다.

: 서정돈 총장 :

△1943년 대구 출생

△1961년 경북대 사대부고 졸업

△1967년 서울대 의대 졸업

△1969년 서울대 의학석사

△1970년 연세대 경영학석사

△1973년 서울대 의학박사

△1976∼1997년 서울대 의대 순환기내과 교수

△1990∼1993년 서울대병원 기획조정실장

△1991∼1995년 아시아태평양심장학회 사무총장

△1994∼1996년 서울대 의대 부학장

△1997∼2003년 성균관대 의대 학장

△2000년∼현재 대한순환기학회 회장

△2001년∼현재 아세아의학교육협회 부회장

△2003년∼현재 성균관대 총장

△2007년 대한내과학회 회장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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