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터넷 ‘날조기사’ 혐한증 부추겨

  • 입력 2008년 8월 15일 02시 56분


중국의 유명 인터넷 사이트인 중화망(china.com)의 토론방인 중화망서취의 화면 캡처. 중국이 올림픽 개회식에서 보여준 제지술과 인쇄술, 나침반은 실제로는 한국의 발명품이라고 하는 학자가 있고 이 학자의 주장을 한국 동아일보가 보도했다고 엉뚱하게 사실을 날조한 글이 올라 있다. 사진 출처 중화망
중국의 유명 인터넷 사이트인 중화망(china.com)의 토론방인 중화망서취의 화면 캡처. 중국이 올림픽 개회식에서 보여준 제지술과 인쇄술, 나침반은 실제로는 한국의 발명품이라고 하는 학자가 있고 이 학자의 주장을 한국 동아일보가 보도했다고 엉뚱하게 사실을 날조한 글이 올라 있다. 사진 출처 중화망
“한국언론, 종이-나침반 한국이 발명했다고 주장”

동아-조선일보 등 거론하며 엉뚱내용 전파

“공자-노자도 한국인이라 해” 反韓감정 유도

中-대만 일부매체 그대로 보도 ‘거짓 악순환’

최근 중국과 대만 등 중화권(中華圈)에서 혐한(嫌韓)감정을 부추기는 인터넷 ‘짝퉁 기사’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중 관계와 양국 국민의 감정을 쓸데없이 악화시키는 이런 ‘짝퉁 기사’를 뿌리뽑고 더 확산되지 않도록 양국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지술, 인쇄술, 나침반은 한국 것’-동아일보가 보도(?)=13일 오전 중국의 유명 포털사이트인 써우후(搜狐)의 토론방인 써우후서취(搜狐社區·club.sohu.com) 등 7, 8개 사이트엔 황당한 ‘짝퉁 기사’가 올라왔다.

이 글은 “서울대 역사학과 박협풍 교수가 중국이 올림픽 개회식에서 보여준 제지술, 활판인쇄술, 나침반은 한국이 발명한 것으로 중국은 한국의 발명품을 표절한 데 대해 마땅히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이는 한국 동아일보 보도”라고 쓰여 있다.

이 글에는 박 교수가 “이들 한국의 발명품들이 후일 중국 중원(中原)지역으로 전파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돼 있다.

물론 동아일보는 이런 보도를 하지 않았다. 게다가 서울대에 이런 이름의 교수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완전한 날조인 셈이다.

하지만 이를 사실로 오인한 중국인 누리꾼들은 댓글을 올리면서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몰염치한 사람들”이라며 온갖 욕설과 비난을 퍼부었다. 특정한 목적을 갖고 인터넷에 올린 ‘짝퉁 기사’는 물론 확인과정도 없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댓글 모두 도(度)를 넘는 수준까지 이르고 있다.

▽대책 마련 시급=지난달 31일엔 광둥(廣東) 성에서 발행되는 신콰이(新快)보가 인터넷에 올라온 ‘짝퉁 기사’를 진짜로 오인하고 이를 사회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이 신문은 한국의 조선일보 보도라며 “성균관대 역사학과 박분경 교수가 중화민국을 건국한 쑨원(孫文)은 한국 혈통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고 전했지만 조선일보는 그런 보도를 한 적이 없었다. 그런 이름의 교수도 없었다.

이 밖에도 중국이나 홍콩 또는 대만의 웹 사이트에는 “한국인들은 공자 노자는 물론 석가모니까지 한국인이라고 주장한다”는 얘기가 떠 있다. 또 한국인이 만리장성을 축조했으며 중국의 혼천의(渾天儀)를 한국이 발명했다는 말도 올라와 있다.

이를 본 중국의 누리꾼들은 “지구도 한국이 발명했다고 해라. 판다는 한국에서 온 것 아니냐”라며 비아냥거리거나 욕설을 늘어놓으며 반한(反韓) 감정을 더욱 굳히고 있다.

‘짝퉁 기사’들은 이런 ‘날조된 내용’을 그럴듯하게 포장하기 위해 동아일보나 조선일보 등 한국의 유수 언론사들의 이름을 인용해 사용하고 있다. 또 직접 확인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도록 유명 대학의 교수 이름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놓기도 한다.

게다가 중국과 대만의 일부 매체가 이를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보도함으로써 ‘짝퉁 기사’가 더욱 확산되는 악순환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양국 정부와 언론의 공동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